[발언대] 축산 분뇨처리 이분법 사고 고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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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돼지 한 마리가 쏟아내는 분뇨의 양은 사람 일곱 명이 배출하는 양과 비슷하다.

한국의 전체 사육 돼지 두수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인구 6천만명에 해당하는 오염 물질이 발생하는 셈이다.

정부는 축산폐수 시설을 갖추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1조원 이상 투자해 왔다.

그 결과 축산분뇨 처리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특히 단시간에 많은 분뇨를 처리하는 데 중점을 둬 수출가능성도 크다.

축산업을 둘러싼 내외 여건은 호전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간 농림부는 축산폐수를 비료로 재생하는 자원화에 치중해 온 데 비해 환경부는 이를 정화한 뒤 배출하는 쪽에 역점을 둬 왔다. 축산분뇨를 지칭하는 용어에서조차 농림부가 '축산자원' 이라고 부르는 데 반해 환경부는 '축산폐수' 라고 할 정도다.

다만 최근 들어 환경부가 과거의 규제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환경과 경제의 상생' 이라는 주제로 '에코 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축산분뇨 처리 정책은 어느 한 부처가 일방적으로 진행해서는 안된다. 먼저 축산분뇨가 발생하는 지역의 토양.지형.식종.기후.보건위생 등을 감안해 이를 처리한 뒤 방류할 것인지, 아니면 자원화할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며, 환경.농업 분야의 시장에 걸맞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걸림돌을 뽑아서 주춧돌로 삼으라' 는 옛말이 있다. 열악한 축산 환경을 딛고 일어서려면 '환경 아니면 경제' 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부터 고쳐야 한다.

김동우 <(주)환경비전 21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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