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가 지난 20일 베를린의 도이체 오페르에서 지휘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54세. 시노폴리는 이날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를 지휘하다 전체 4막 가운데 3막 연주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공교롭게도 '아이다' 는 1978년 그의 오페라 데뷔작품이다. 바그너의 손자로 바그너 페스티벌의 감독인 볼프강 바그너는 "바그너 작품을 가장 진지하고 깊은 해석으로 연주하는 예술가를 잃었다" 고 애도를 표했다.
세계 최고(最古)의 교향악단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음악감독이자 수석지휘자였던 시노폴리는 1995년과 지난해 두차례 내한공연을 했다.
그는 아무리 저명한 성악가나 독주자라 하더라도 오케스트라 리허설 전에 자신의 피아노 리허설을 거쳐야만 무대에 세우는 등 협연자에 대한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95년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의 추천으로 협연하게 된 장한나와의 피아노 리허설 때 그녀의 뛰어난 음악성에 놀란 시노폴리는 레코딩과 다음 시즌 협연을 약속하는 등 장한나를 세계무대에 알린 스승이기도 하다.
베니스 출신인 시노폴리는 빈을 중심으로 유럽지역에서 음악활동을 벌이면서 바그너.멘델스존.모차르트 등 독일 작품들에 대한 탁월한 해석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가 음악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80년 도이체 오페르에서 베르디의 '맥베스' 를 독창적으로 해석하면서부터.
이후 83년 런던 뉴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로마의 산타세실리아 국립아카데미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 임명됐으며 85년엔 푸치니의 '토스카' 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데 이어 바그너의 '탄호이저' 로 독일 바이로이트의 리하르트 바그너 페스티벌에도 첫 선을 보였다.
의학박사이며 작곡과 고고학에도 조예가 깊다. "내가 공부한 것들은 악보 뒤에 숨은 뜻을 더 명확하게 읽어내게 한다" 는 시노폴리는 지난해 바쁜 연주 일정 속에서 고고학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