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방한한 '로저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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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니세프(UNICEF.세계아동기구)친선대사로 한국을 방문한 영화 '007 시리즈' 의 배우 로저 무어(74)는 20일 "모든 어린이는 굶주림과 폭력에 시달리지 않을 권리, 교육받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적인 불경기로 경제 사정이 어렵다 해도 아동에 대한 지원을 줄여서는 안된다" 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9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아동특별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의장국인 한국 정부가 적극 협력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방한했다.

유엔아동특별총회는 1990년 세계아동정상회담 이후 각국의 성과를 점검하고 2015년까지 세계 아동운동의 목표를 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로저 무어는 지난 19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만섭 국회의장.한승수 외교통상부 장관 등을 만나 어린이를 돕는 데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20일엔 예일초등학교와 은평천사원을 잇따라 방문해 우리나라 어린이들과 만남의 시간도 가졌다. 또 2000년 월드컵 서울시 홍보사절로 위촉됐다.

로저 무어는 1980년 유니세프 카드의 라디오 광고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어린이 돕기 활동에 나섰다.

91년부터 영화.예술 부문 특별대표로 세계 각국을 돌며 어린이를 위해 일해 왔으며 99년 이후에는 고(故) 오드리 헵번에 이어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해 왔다.

그는 "시드니 올림픽이 원주민과 여성.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던 것처럼 2002년 월드컵에서 고통받는 세계 어린이들의 문제를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시키자" 고 주장했다.

"거리의 아이들조차 유니세프 로고를 달고 있는 나에게 반가운 미소를 지을 때면 더욱 사명감을 느낀다" 는 그는 가장 보람있던 순간으로 세계의 오지들에 수도관을 설치해 줬던 일을 꼽았다.

"반나절 거리의 샘에서 물을 길어오느라 학교에도 못가던 아이들이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서 즐거워하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

2남1녀의 아버지로 "세계 모든 아이들이 모두 내 자녀같다" 며 인터뷰 도중 눈물을 비치기도 했던 그는 "배우 활동이 계기가 돼 유니세프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제부턴 '아이들의 친구' 로저 무어로 기억되고 싶다" 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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