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시각으로 본 도올 동양학] '…인문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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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함재봉 교수의 김용옥 옹호는 도올이 쓴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절차탁마 대기만성』(통나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책을 도올의 해석학적 입장을 보여주는 이론서로 보기 때문이다.

함교수는 "도올은 인문주의자" 라는 말로 시작한다. 인문주의를 알아야 도올이 동양사상을 재해석하고, 번역과 어학을 강조하며, 종교에 대해 돌출적으로 발언하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그가 지향하는 시민사회의 윤리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서양근대사상을 전공한 후, 동양 전통의 유교를 현대와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해온 함교수가 도올과 만나는 접점이 해석학과 인문주의이기도 하다. 서양 신중심의 형이상학을 배격한 인문주의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문명, 즉 인문의 위대성을 강조한다.

함교수는 "인문주의 사회의 핵심가치는 관용" 이며, "다양한 신념과 신앙, 해석을 인정하고 동서양의 고전에 대한 '완전해석' 을 바탕으로 엄밀한 토론과 논쟁 속에서 각종 교조주의를 경계하는 열린사회가 도올이 꿈꾸는 인문주의 사회" 라고 말한다.

함교수에 따르면, 인문학은 변치 않고 보편 타당한 '진리' 를 찾는 학문이 아니다. 형이상학이 영원불변한 절대적 진리를 모색한다면, 인문주의는 진리에 도달할 수 없는 인간의 인식의 한계를 지적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러한 인문주의적 인식의 출발점인 동시에 방법론이 해석학이다.

함교수는 "해석학에서 중요한 것은 해석을 통한 과거의 객관적 사실에의 도달이 아니라, 지금의 '나' 의 생의 경험을 통하여 과거의 '나' 의 생의 경험과 만나는 것이다. 이러한 만남이 곧 '이해' " 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절대적으로 옳은 해석인지, 어떤 것이 신의 참된 의도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인지 하는 논의는 무의미해진다. 도올은 이러한 인문주의와 해석학을 동양사상과 한국사회를 분석하고 재해석하는데 적용한다는 것이 함교수의 주장이다.

함교수는 "우리는 한국인, 동양인이기 전에 현대인이다. 현대는 과학의 시대며, 또 현대 속에는 동서의 구분이 존재치 아니한다. 우리는 한문만을 공부하고 있을 수는 없다. …과거에 우리의 것이었다 해서 그것이 외국문물에 대해 우월적 권위를 주장할 수 없다. 그 과거조차 그 과거라는 시간 속에서 이미 다른 공간과 무수히 교류된 것" 이라는 도올의 말을 결론적으로 인용한다.

도올의 TV 논어강의에 출연하기도 했던 함교수가 도올을 주로 인용하면서 논지를 전개하는 것으로 볼 때, 이 글은 도올이 자신의 비판자들에게 하고 싶은 반론을 대신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함교수의 말대로라면 이제 '도올 논쟁' 은 그의 해석학에 대한 논쟁으로 본격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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