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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패션 아이템] 칙칙한 피부는 가라, 화장품 업계의 ‘하얀 전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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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자수정에서 추출한 ‘젬 에센스’. [불가리 제공]

아시아 여성들에게 화이트닝은 일종의 강박이다. 그런데 올봄에는 순백의 화이트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브라이트닝이 대세다. 억지로 하얗게 만드는 게 아니라 피부 본연의 색을 찾아 환하게 밝혀준다는 거다. 유효 성분과 침투 기술이 화이트닝 대전의 관전 포인트다.

화이트닝의 역사는 유효 성분의 역사다. 지금처럼 안전한 화이트닝이 등장한 건 극히 최근의 일이다. 비타민C는 1950년대, 자외선 차단제는 80년대에 와서야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여성들은 수은과 납 등 중금속에 노출돼 있었다. 양귀비와 황진이, 엘리자베스 여왕도 예외는 아니었다.

밝혀진 것 중 가장 안전한 성분은 대개 식물 추출물이다. 이른 봄부터 다수의 식물이 화이트닝계에 데뷔했다. 칡(에스티로더), 쑥(시세이도), 완두(비오템), 인삼(설화수·아모레퍼시픽), 뽕나무(시슬리)처럼 일상적인 것부터 프랑스산 바다백합(클라란스), 동남아산 도라지난초(크리니크), 마다가스카르산 탈라페트리카(SK-II) 등의 희귀식물, 천녀목란(코리아나), 육두구(오휘), 백화사설초(설화수), 동릉초(아이오페) 같은 한방 성분까지 다양하다.

명품 보석 브랜드 불가리는 광물을 화이트닝계에 끌어들였다. 사파이어·토르말린·시트린·자수정에서 가루가 아닌 액상 추출물을 뽑아낸 것이다. 미키모토는 바르는 데 이어 ‘먹는’ 제품을 출시해 진주의 미백 효과를 입증하려 애쓴다.

화이트닝은 브랜드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크리스찬 디올은 DNA를 활용한 나이트 에센스를 내놨다. SK-II는 피테라 외 세 가지 성분을 섞은 오라(aura) 칵테일이 표피의 두께, 단백질의 당화(노랗게 변성), 멜라닌의 양과 분포를 각각 조절한다고 설명한다. 랑콤은 옐로 콜라겐의 활동을 억제하고 화이트 콜라겐의 생성을 돕는 데 집중했다. 아이오페는 멜라닌 외에도 헤모글로빈과 산화지질이 피부색을 좌우한다는 연구를 내놨다.

한방과학도 팔을 걷어붙였다. 숨37은 효모 등을 37도에서 발효시켜 효과를 극대화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색조 브랜드 바비브라운과 맥은 물과 비타민C라는 기본 요소에 충실한 브라이트닝 제품을 출시했다. 샤넬도 기초 화이트닝을 메이크업으로 보완하는 전략을 택했다. 슈에무라는 클렌징오일에 비타민C를 넣어 클렌징에도 화이트닝 요소를 도입했다.

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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