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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람] 제2회 국제마라톤 참가자 김영갑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장애인도 정상인처럼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뛰었을 뿐입니다. "

지난 15일 전주~군산 1백리 벚꽃길에서 열린 제2회 국제마라톤 대회 풀코스 부문에 출전, 2시간 21분의 기록으로 마라톤 선수를 제외한 일반 참가자 가운데 가장 먼저 골인한 김영갑(金永甲.52.강원도 영월군 영월읍)씨.

번외(番外)출전이어서 기록은 인정되지 않았고 등위에도 오르지 못했지만 두 다리가 없는 1급 지체 장애인인 金씨의 역주(力走)는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의 기록은 일반 참가자 중 1위(2시간 31분대) 보다 약 10분 빨랐다. 그것도 대회 하루 전까지 영월의료원서 치료를 받다가 진통제.주사약을 들고 대회에 출전해 얻어낸 결과였다.

광원이었던 金씨는 1985년 탄광 매몰사고로 두다리를 잃었다. 3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퇴원해 처음엔 한발짝도 집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았으나 부인 김연자(46.한국통신 근무)씨가 그를 세상으로 이끌었다.

생존을 위해 자립심을 길러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부인은 집에서 10~20㎞ 떨어진 곳까지 휠체어를 탄 남편을 데리고 가서 "혼자 돌아오라" 며 집으로 가 버리곤 했다. 이렇게 2년 정도 지나자 체력이 단련됐고 달리기에도 눈을 떴다.

金씨는 지난해 9월부터 부인이 3년 동안 부은 적금 6백50만원을 털어 사준 경주용 휠체어를 타고 일반인들과 함께 마라톤 대회의 풀코스에 도전해 왔다. 2년 전 통증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 뒤에도 매일 1시간30분씩 뛰어온 金씨는 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병원에서 하루 외출을 했다.

이같은 '병원 외출 마라톤' 이 올들어서만 세번째다. 金씨는 "달리기가 나를 제2의 인생으로 이끌었다" 며 "힘닫는 데까지 마라톤 경기에 참여하고 싶다" 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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