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에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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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 소비자보호운동의 기수이자 지난해 미국 대선에 녹색당 후보로 나왔던 랄프 네이더는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인명보호에 큰 관심을 두지 않던 1960년대에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급증하자 안전규제 대책을 마련했다.

네이티는 자동차의 안전규제를 법으로 만들기 위해 연방정부와 격론을 벌인 끝에 66년 국회의 승인을 받아 자동차에 안전띠를 의무적으로 장착하게 했다.

초기의 안전띠는 허리만 시트에 고정하는 2점식이어서 시속 60마일(96㎞)에서 정면충돌했을 때 얼굴.가슴이 핸들에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가 잦았다.

이때 미국의 무명 자동차 부품업체가 GM.포드의 협조 아래 4년간의 연구 끝에 71년 에어백을 개발했다. 아이디어는 공기튜브에서 얻었다. 질소가스로 하늘을 나는 기구의 기능을 접목한 것이다.

이 제품은 처음 안전띠 보조용 승차자 보호장치(SRS:Supplemental Restraint System Air-bag)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나중에는 회사 이름까지 SRS에어백회사로 바뀌었다가 76년 특허를 몇몇 회사에 넘겨주고 문을 닫았다. 이후 에어백은 제작 회사에 관계없이 SRS에어백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 에어백은 미국 델파이(http://www.delphiautomobile.com)가 가장 많이 제조한다.

에어백은 73년 GM.포드가 선택품목(옵션)으로 핸들에만 달았는데 가격이 비싸 큰 호응을 얻지 못하다가 81년부터 벤츠.BMW.볼보 등이 본격적으로 달면서 활성화했다.

이후 에어백은 운전석 전용에서 조수석.뒷좌석은 물론 앞뒤 사방 문에도 설치하여 측면 충돌에서도 인명을 보호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국산차에 에어백을 도입한 것은 94년 뉴그랜저가 처음이다.

에어백은 어느 것이나 미연방 자동차안전기준(208항)에 규정한 정면 및 30도 경사각에서 시속 30마일(48㎞) 속도로 벽에 충돌했을 때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격으로 되어 있다.

에어백은 안전띠를 착용했을 때만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과신은 금물이다. 조잡하거나 잘못 설치하면 불발 또는 오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90년대 중반 미국에서 규격이 안맞아 어린이가 질식사한 사고도 있었다. 에어백은 처음부터 차에 내장되어 있는 게 믿을 수 있고 보증도 받을 수 있다.

전영선 <자동차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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