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주석 詩 한수 미국 '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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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쿠바를 방문 중인 중국 장쩌민(江澤民)주석이 13일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무위원회 주석에게 선사한 칠언절구(七言絶句)의 시에서 최근 미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토로한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江주석은 이날 1993년 이후 두번째 쿠바 방문을 통해 옛 친구 카스트로를 만난 기쁨을 이백(李白)의 시 운율에 맞춰 시를 짓고 이를 직접 붓으로 써 전했다.

아침에 꽃구름 가득한 중국을 떠났는데(朝辭華夏彩雲間)

불과 열흘 만에 만리 밖 남미에 와 있네(萬里南美十日還)

강 건너 비바람은 미친듯 거센데(隔岸風聲狂帶雨)

푸른 솔처럼 강직함은 산같이 의연하네(靑松傲骨定如山)

이는 이백의 시 '아침에 꽃구름 가득한 백제성(白帝城)을 떠났는데 천리 밖 강릉(江陵)에 하루만에 와 있네, 강 건너 원숭이 우는 소리 그치지 않는데 가벼운 배는 쏜살같이 첩첩산중을 빠져나가네(朝辭白帝彩雲間 千里江陵一日還 兩岸猿聲啼不住 輕舟已過萬重山)' 의 운율을 따서 江주석 스스로 지은 시다.

전반부 두 구절은 이역만리 멀리 떨어진 쿠바를 남미순방 열흘 만에 찾게 된 감회를 노래하고 있다. 마지막 구절은 카스트로가 독자노선을 통해 쿠바를 이끌어가고 있는 모습에 대한 칭송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바로 세번째 구절이다.

미친듯 거센 비바람은 격변하는 세계정세와 풍랑 심한 세계질서를 뜻할 수도 있지만 바로 이웃한 미국의 압력을 빗댄 것이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바람의 시련은 미국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군용기충돌, 인권시비 등 중.미갈등 역시 미국에 그 책임이 있다는 江주석의 생각이 이같은 시를 낳지 않았느냐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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