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한식에 담긴 의미 강요 마세요, 거부감 생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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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한식 세계화, 너무 서두르지 말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라.”세계 3대 요리학교로 꼽히는 미국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마이클 스키비치 교수의 충고다. 스키비치 교수(사진)는 CIA에서 대표적인 한식 예찬론자로 꼽힌다. 그가 꼽은 한식 세계화의 첫째 전략은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맛으로 공략하라는 것이었다.

-미국인이 한식을 먹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미 중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중식 체인 ‘PF쳉’을 유심히 보라. 중국 본토 사람이 이곳 음식을 맛보면 중국요리가 아니라고 할 거다. 그렇지만 PF쳉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중식 체인이다. 중국적인 것을 보통 미국 사람이 좋아하도록 잘 조화시킨 거다. 한식도 한국적인 것을 지나치게 고집해선 곤란하다. 보통 미국 사람이 한식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한국 전통음식을 알아서 찾게 될 거다.”

-다른 아시아 음식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 한식은 아직 아시아 요리의 일부로 인식돼 있다. 한식 전문 식당은 아직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쉽지 않다. 한식을 주 메뉴로 하되 다양한 아시아 음식을 곁들이는 게 좋다.”

-서빙 방식도 서양식으로 고쳐야 하지 않나.

“서양인이 한 상 차림에 익숙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 ‘벤또’도 따지고 보면 한 상 차림이다. 한식도 그렇게 정형화하면 된다. 서양식 코스와 한국식 한 상 차림 코너로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객이 선택하게 하는 거다. 한 상이냐, 코스냐보다 음식을 주문받고 내올 때 고객이 왕처럼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

-한식에 문화나 이야기를 담는 건 어떤가.

“미국인은 단순하다. 비빔밥에 화합의 의미가 담겨 있다지만 별로 신경 안 쓴다. 억지로 문화적 의미를 주입하는 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한국사람은 서울에 있는 이탈리아 식당에서 파스타 먹을 때 이탈리아 문화를 생각하나?”

-요즘 CIA에 한국 학생이 많은데.

“5년 전 한인학생회를 만들 때 한국인 제자는 20명 남짓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100여 명이나 된다. 1970년대 내가 영국 런던에 있을 때 일본인 학생이 대거 유럽으로 유학했던 것과 비슷하다. 그때 프랑스 요리를 배워간 일본 학생이 지금 일본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식 세계화에도 첨병 노릇을 했다. 2000년대 들어 한국 학생이 빠르게 늘고 있는 걸 보면 한식의 미래도 밝다.”

하이드파크(뉴욕주)=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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