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승무원 석방 기대감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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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과 중국간 협상 타결 기미가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진 11일 외국 취재진이 몰려 있는 하이난(海南)성 만다린 호텔 내 로비도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한 중국 기자는 "홍콩으로 일단 승무원들을 보낸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고 말했고, 다른 기자는 "승무원과 미국측 대표간 접촉을 매일 1회로 정례화한다는 말도 들린다" 고 덧붙였다.

또 승무원들이 석방될 경우 미국측이 군용기를 이용해 하와이의 태평양 사령부로 실어나를 것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이런 소문에 대한 확인을 요구받은 미국측 협상대표단 대변인 살로메 헤르난데즈(47.여)박사는 "노 코멘트" 라고만 응답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희망이 흘렀다.

대신 그녀는 기자에게 "오는 일요일 부활절을 주목하라" 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그리곤 "부활절 이전에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문제는 한층 복잡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고 덧붙였다.

헤르난데즈의 이같은 코멘트는 이번 주말 이전에 문제해결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헤르난데즈가 부활절을 적시한 것은 부활절이 미국에서는 '가족의 날' 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가족의 날에도 24명의 미 정찰기 승무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미국 내 분위기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얘기다.

"미 의원들은 오는 일요일부터 부활절 휴가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만일 부활절 이전 승무원들이 석방되지 못한다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의원들이 매우 '애국적' 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문제는 복잡해진다. 중국측에 미국통이 있다면 이런 문제를 제대로 고려할 것이다. "

헤르난데즈는 그러면서 "요즘 중국측 반응이 한결 누그러졌다. 직접 나서지 않고 대중을 동원하는 식이다. 이는 중국측이 태도를 바꾸려고 하기 전에 즐겨 사용하는 수법" 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대만에서 1년씩 중국어를 배운 헤르난데즈는 미 국무부에서는 알아주는 중국통이다.

하이커우=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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