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경영 10년 김호연 회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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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5년 내에 매출액을 지금의 두배 이상으로 늘려 1조원을 돌파하겠다. "

한화그룹에서 1992년 독립한 빙그레 총수 김호연(金昊淵.46.사진)회장의 다짐이다. 그는 분리 당시 형인 김승연(金昇淵.49) 한화그룹 회장과 재산싸움을 했던 기억을 말끔히 씻고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언론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金회장은 10일 빙그레 경영 10년 만에 본지와 첫 인터뷰를 갖고 회사.집안.개인에 관한 얘기를 털어놨다.

그는 "골프도 함께 하고 가족모임도 자주 갖는 등 형님과의 우애를 완전히 회복했다" 는 점부터 강조했다.

빙그레의 경우 아이스크림.우유.요구르트 전문기업으로 키워 5년 이내에 연간 매출액을 지금의 두배 이상으로 늘리고 7백억원대의 경상이익을 낼 계획이다.

빙그레는 닥터캡슐 요구르트에 이어 최근 다섯가지 영양소를 캡슐로 싼 기능성 고급 우유 '오엔(5n) 캡슐우유' 를 선보여 바람몰이에 나섰다.

"주요 성분을 캡슐로 싸는 등 우유와 요구르트의 품질을 차별화해 시장을 주도하겠다" 는 것이 그의 전략이다.

金회장은 "경기가 나빠지면 주부들이 우유.요구르트부터 끊는다는데 빙그레 제품의 매출액은 20% 이상 늘고 있다" 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달 21일 상공인의 날에 모범상공인으로 뽑혀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그는 사업 다각화에는 회의적이다.

"수많은 재벌의 부침을 지켜보면서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를 깨달았다" 며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전문분야 특화에 주력하겠다" 고 밝혔다.

빙그레는 아이스크림.유(乳)음료.라면 등 주력제품이 모두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金회장은 "우유는 남양유업.매일유업.서울우유와, 아이스크림은 롯데제과.해태제과.롯데삼강과 경쟁하다보니 불리한 면이 있지만 다각적인 제휴방안을 모색해 극복하겠다" 고 말했다.

그는 재계에서 알아주는 학구파다. 일본 히토츠바시(一橋)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외교안보 석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3월부터 서강대 대학원 경영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해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기업이 직원을 객관적.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제도를 연구하고 싶어" 박사과정에 도전했다는 것.

백범 김구(金九) 선생 기념사업회 일에도 열심이다. 金회장은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다. 김구 선생 차남(김신 백범기념사업회장)의 외동딸이 그의 부인이다.

金회장은 "가족의 일원이기도 하지만 기업인으로서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을 돕고 싶다" 고 말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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