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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재소자 · 소년소녀가장 돕기 나선 혜명스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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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전시 서구 갈마동 주택가에 최근 열평 남짓한 규모의 농.축.수산물 직판장이 문을 열었다. 이 곳에서는 채소.조미료.곡물.육류 등 무공해 공법으로 생산한 1백여가지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주인은 이 건물 3층에 자리잡은 혜명정사 주지 혜명(慧命.60)스님. 그는 재소자 영치금.소년소녀가장 장학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직판장을 열었다.

충남 서산 출신인 혜명 스님은 중학교 때 예산 수덕사에 있던 한 스님의 훌륭한 인품에 반해 중이 되기로 결심, 1958년 부산 범어사에 입산(入山)했다.

80년 대전에 혜명정사를 창건한 이후 지금까지 대전교도소 교화담당 종교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종교인으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범죄예방에 힘쓰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고 말했다.

그는 해마다 재소자 1백여명과 자매결연을 해 상담활동을 하는 한편 영치금으로 연간 2백여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사형이 확정된 재소자 鄭모(36)씨에게 억울한 살인혐의가 적용된 사실을 알고 95년부터 6년간 12만명의 서명을 받아 법무부와 청와대 등에 탄원서를 내며 끈질긴 구명활동을 폈다. 결국 鄭씨는 지난해 8.15 특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그는 지금도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고.대학생 20~30명에게 매달 20만~30만원씩 장학금을 주고 있다.

수도생활 중 농사를 지으며 환경농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뒤 공해에 찌든 토양.물.공기의 생명력을 되찾고자 유기농법 보급에 나선 그는 89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전 재산 50여억원을 털어 충남 홍성에 미생물 발효.제조 공장을 설립했다.

이 공장은 토양개량 등에 쓰이는 미생물 여덟가지(연간 매출 10억원)를 생산해 전국 3천여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공장 운영으로 생긴 이익금(연 3천여만원)은 모두 불우이웃돕기에 쓴다.

이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지난해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그는 "좌절감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게 가장 큰 소망" 이라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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