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혼란스런 입시제도 방치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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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부터 시행되는 새 대입 제도 때문에 수험생.학부모와 일선 학교들이 준비에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이해찬 세대' 로 불리는 올해 고3생의 학력이 지난해보다 상당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데다 다음달부터 수시모집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8년 성적 위주의 학생 선발을 지양하도록 수능성적을 9등급으로 나눠 시험성적은 지원자격을 가리는 기준으로만 활용하고 특기적성을 반영해 다양하게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취지로 새 입시제도를 발표했다.

교육당국은 당시 중3생이 수험생이 되는 3년 뒤엔 '한 가지만 잘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 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입시 현실은 어떤가. 예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으니 결과적으로 교육당국이 학생들에게 헛바람만 잔뜩 넣었다가 학력저하만 초래한 꼴이다.

문제는 이런 혼란이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점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교육개발원에 의뢰해 전국 초.중.고 교사와 학생.학부모 등 2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정책.현안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르면 전체 교사의 75.4%가 새 입시제도가 현 교육상황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답변했다. 응답자들은 또 새 제도가 사교육비 경감이나 과열 입시경쟁 해소, 공교육 정상화 등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제도 시행을 앞두고 끊임없이 크고 작은 보완책을 마련해도 정작 시행과정에선 착오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새 입시제도 발표 이후 팔짱을 낀 채 3년여 세월을 보냈다.

정부는 혼란스런 입시제도를 방치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발벗고 나서 보완책들을 마련해야 한다. 내신성적 부풀리기도 모자라 특기적성을 위해 자격증이나 상장까지 위조한 사례마저 적발되지 않았는가.

교육부는 엄정한 수능시험 관리와 각종 부정행위 차단에만 전념하고 내신성적이든 특기적성이든 나머지 전형 요소들은 대학에 맡겨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토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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