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공중충돌' 타협 가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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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 EP-3 정찰기와 중국 F-8 전투기 충돌사건이 발생한 지 8일로 1주일이 지나면서 양측은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현재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공동문안을 작성 중이다.

다만 미국은 중국의 공식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8일 TV에 나와 "중국에 사과할 계획이 없다" 고 못박았다.

◇ 공동 문안 준비〓미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워너 의원은 지난 7일 미.중이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양국의 입장과 이해사항을 담은 '공동 문안' 을 작성 중이라고 밝혔다.

워너 의원은 "양측은 외무장관급에서 공동 문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도 이 문안을 검토하게 될 것" 이라고 덧붙여 양측이 막판 절충을 벌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8일 한 TV방송에 출연, "양국간의 협상이 기대만큼 빨리 진행되고 있진 않지만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양측이 공동 문안에 담을 내용이 무엇일지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외교소식통들은 이번 사고의 성격 규정에서부터 양국의 기본 입장, 미측의 '사과' 수위, 승무원과 정찰기의 구체적 송환 시기와 방법 등을 포괄적으로 담게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측이 '승무원 조기 송환 후 정찰기 반환' 이라는 분리 처리방안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행정부의 관리는 "이번 사건의 유력한 해결 방법으로 1998년 양국간에 합의된 태평양지역 해사위원회의 특별회의를 열어 양측 관리들을 접촉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 이라고 말했다.

◇ 중국의 양면 전략〓외교협상 진전과 별도로 중국은 미국의 책임 인정과 사과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양동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江주석을 수행해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첸치천(錢其琛)중국 부총리는 7일 파월 미 국무장관의 4일자 서한에 대한 답신에서 "미국이 중국 인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아주 중요하다" 고 거듭 사과를 요구했다.

군부는 더욱 강경하다. 츠하오톈(遲浩田)중국 국방부장은 8일 "미국은 중국 인민들에게 사과하고 다른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 고 말해 정찰행위 중지도 촉구했다. 미국측은 중국내 강경 여론을 대변하는 군부의 이날 발언의 진의파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승무원과 정찰기를 억류하고 있는 주체가 군부인 만큼 이번 발언이 사태 해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군부의 체면세우기용 발언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커우(海口)〓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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