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이식 수술, 국내에서도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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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다른 사람의 팔을 이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구 W병원 우상현 원장(왼쪽).

수부(手部)외과 전문병원인 대구 더블유(W)병원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개정 고시를 통해 팔 이식 수술을 안전하고 유효한 신의료기술로 최종 승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로써 팔 이식 수술이 의료법의 적용을 받는 의료 행위로 인정받게 됐다. W병원은 영남대병원과 공동으로 지난해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팔 이식 수술을 신의료기술로 등록하기 위한 평가를 신청했다.

팔 이식은 팔이 없는 환자가 뇌사자의 팔을 기증받아 복원하게 된다. 복지부는 ‘팔 이식은 합병증 등이 다른 장기 이식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고시했다. 국제팔이식등록기구에 따르면 한쪽 팔을 이식받은 환자 7명은 85.7%, 양쪽 팔을 이식받은 환자 5명은 100%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식 생존율은 95.6%였다.

지난 10여 년 동안 팔 이식 수술을 준비해 온 W병원 우상현(49·의학박사) 원장은 “합법적으로 수술 길이 열린 만큼 환자의 수술과 면역억제제에 대한 보험 적용 여부 등 후속 절차를 밟은 뒤 공개적으로 수술 환자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 수술은 메디시티(medi city) 대구의 이미지를 높이고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성공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대구시와 영남대병원·W병원이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싱가포르·핀란드·중국 등은 이미 팔 이식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우 박사는 1999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 있는 세계 최대의 수부외과 및 미세수술센터인 클라이넛 수부외과에서 진행된 미국 최초의 팔 이식 수술에 임상교수로 참여했다. 당시 팔을 이식한 미국인은 10년이 지난 현재 수술 당시 예상한 것보다 훨씬 약한 면역억제제를 쓰면서 조직의 거부 반응이 없어 볼트를 끼울 수 있을 만큼 손의 기능이 회복됐다.

2008년에는 독일에서 7년 전 콤바인에 두 팔을 잘린 농부가 세계 최초로 두 팔의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는 수술 1년 만에 자전거를 타고 가족을 껴안을 수 있게 됐다.

손 수술만 20년 경력을 갖고 있는 우 박사는 “팔 이식은 손 수술의 마지막 꽃으로 불리지만, 뭉개지면서 절단된 팔을 붙이는 것에 비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남대 성형외과 교수에서 퇴직, 2008년 대구에 수부외과 전문병원을 열고 잘린 손가락을 접합하거나 발가락을 떼서 손가락을 만들어 붙이는 등 한 달에 평균 300∼400건을 수술하고 있다.

대구=송의호 기자


팔 이식을 받으려면

- 간·콩팥 등 다른 장기 이식과 비슷

·혈액형·성별·인종 같아야

·면역 체계가 비슷한지 검사

·팔 크기가 비슷해야

·나이는 다소 차이가 나도 가능

- 팔 없는 사람 POOL 먼저 등록

- 기증자 나타나면 조건 맞는 사람 골라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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