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교과서 우향우] 일본아사히신문 사설 요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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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4월4일자〓국가의 교과서 검정은 가능한 한 삼가야 한다. 여러 교과서가 있는 것이 좋다.

다음 세대를 짊어질 어린이들은 사실을 다각적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머리로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 그런 점에서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의 교과서는 균형을 잃고 있다. 교실에서 사용하기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전쟁을 일본에 유리하게 보려는 편협함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점령한 지역의 대표자들을 모은 '대동아회의' 에 한 쪽을 할애하는 등 아시아 해방을 이끌었다는 자세는 검정을 거치고도 바뀌지 않았다.

일왕 중심의 시각도 두드러진다. 신화를 이야기로 소개하는 정도를 넘어 '진무(神武)일왕의 동정(東征)' 등을 지도까지 넣어가며 일곱쪽에 걸쳐 실었다. 전전(戰前)의 국정 교과서로 착각할 정도다.

한편으론 서민의 사료를 경시하고 여성과 어린이들의 생활상, 아이누와 류큐(琉球)문화 등의 기술이 적다. 되풀이해 초점을 맞춘 것은 특공대원의 유서 등 국가에 대한 헌신이다. 국가 질서를 우선하는 사고방식의 색채가 짙다.

멸사봉공을 미덕으로 삼는 사회관은 공민 교과서에도 관철돼 있다. 세계화의 과정에 여러 문제도 있지만 그런 큰 물결에 대해 과거를 긍정하는 민족주의로 대항하려는 것은 너무 퇴행적이지 않은가.

이 교과서는 '자학 사관 극복' 이란 이름 아래 가해 부분도 덮으려고 한다.

어린이를 그런 온실에 가두어서는 학습 지도 요령이 꾀하는 '국토와 역사에 대한 이해와 애정' 도 허약한 형태로밖에 길러지지 않을 것이다.

교육위원회에서 채택될 교과서에 대해 교육위원회에만 맡기지 말고 교사.학부모.주민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높여갈 필요가 있다.

정리=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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