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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공부·양치질 안 해도 되는 게으름뱅이 천국 가 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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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사랑의 선물
박지은 글
계창훈·홍기한 그림
동서문화사, 522쪽
1만5000원

순하고 착한 동화집이다. 동심을 순수하고 맑게 그렸다. “하얀 새는 하얀 열매를, 파란 새는 파란 열매를 먹기 때문에 하얗고 파랗다는 아주 쉽고 단순한 논리가 동화의 정신”이라는 작가의 철학이 동화 39편 속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오가며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도 작품의 특징이다. 마해송·강소천 동화의 맥을 잇는다 할 만하다. 영악한 주인공, 기구한 배경, 기발한 반전은 없다. 대신 아이들 내면의 희망과 사랑·기쁨 등을 잔잔하고 따뜻하게 담았다.

대표작 ‘게으름뱅이 나라’는 수학공부가 싫고 양치질이 싫은 아이, 윤선이의 이야기다. 어느날 큰아버지에게서 “은하수 건너 컴컴한 북극을 넘어가면 수학 없는 게으름뱅이 나라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 양치질도 안 해도 되는 나라란다. 윤선이는 신이 나 큰아버지와 함께 게으름뱅이 나라로 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사과를 너무 많이 먹어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이를 만난다. 수학 공부를 너무 안 해 개수를 셀 수 없게 된 그 아이는 몇 개를 먹었는지 몰라 계속 먹다가 배가 터져버릴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아주머니는 10년째 양치질을 안 해 이가 모두 썩고 지독한 입냄새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야기는 교훈적으로 흐른다. 윤선이는 상쾌한 양치질, 날마다 규칙적으로 공부하던 집이 그리워진다. 또 수학이 정신을 맑게 하고 판단을 올바르게 해 주는 아주 좋은 공부라는 것도 깨닫게 됐다.

‘막장’스토리에 익숙해진 어른들 눈에는 밋밋하고 유치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망태 할아버지를 무서워하고, 달에 토끼가 실제로 있다고 믿는 게 동심이다. 그 눈높이를 존중하고 맞춰준 작품이라는 게 반갑고 귀하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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