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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마음 열었어요, 따돌림병 아이들이 피어났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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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세상에서 가장 큰 용기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을 더 단단하게 지킬 수 있다.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안되는 방법이다. [문학동네 제공]

거울 옷을 입은 아이들
김진경 글, 조성흠 그림
문학동네, 160쪽, 9500원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이금이 글, 푸른책들, 136쪽, 9000원

해마다 3월이면 어린이책도 새학년 새학기를 맞는다. 학교를 배경 삼은 신간 동화가 쏟아지는 시기다. 초등 저학년 용 동화는 하나같이 아기자기하다. 이번 주 출간된 『숙제가 제일 싫어요!』(주니어김영사), 『들통난 거짓말』(아이앤북), 『짜증』(소담주니어), 『스튜어트 학교에 가다』(담푸스) 등도 그렇다. 주인공들의 고민이야 나름대론 진지하다. 친구들과 놀고 싶은 생각에 숙제하기가 싫고, 새학년 새 반에서 키가 제일 작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고, 부자인 척 거짓말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 그래도 해결의 실마리는 쉽게 잡힌다. 화해도 금방, 반성도 금방이다. 동심의 힘인 듯싶다.

하지만 초등 고학년부터는 다른 세계다. 책의 분위기도 확 무거워진다.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하나다. 바로 ‘집단 따돌림’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원인은 각양각색이다. 하나의 잣대로는 해석도, 해결도 불가능하다. 어찌해야 할까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와 따돌리는 아이, 그리고 방관하는 구경꾼들까지 모두 마음의 병을 깊이 앓는다.

『고양이 학교』의 김진경 작가와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이금이 작가, 두 명의 중견작가가 따돌림의 이면을 짚은 신작을 동시에 내놨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에 갇혀 ‘가면’을 쓰고 사느라(『거울 옷을 입은 아이들』), 계산적인 인간관계와 외모 지상주의에 눌려(『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따돌림 병이 생긴 교실의 풍경을 섬세하게 그렸다.

『거울 옷을 …』에서 가해자는 ‘강하고 꿋꿋한’ 가면을 쓴 지희다. 바람이 나 가정을 버린 아빠가 밉고, 그 아빠에게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엄마와 언니가 싫다. 그래서 자기는 아무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겠다고 결심한다. 거칠고 강하게 사는 이유다. 하지만 실은 자신도 아빠에게 의존하고 싶고, 펑펑 울고도 싶다. 지희는 그 여린 속을 자신에게까지 숨긴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를 약한 아이들을 따돌리면서 푼다. ‘부모와 선생님의 사랑을 받는 착하고 귀여운 아이’란 가면을 쓴 미나와 ‘어른스러운 아이’의 틀에 갇혀사는 선영이 그 희생양이 된다. 작가는 이 세 아이들이 저마다의 가면을 벗고 스스로와 화해하는 과정에서 따돌림을 해결책을 찾아간다. 자신에게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남을 이해할 여유도 생기는 법이다.

『우리 반 …』에선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만 뚱뚱하고 못생긴 아이 봄이가 주인공이다. 그런 봄이를 따돌리는 반 아이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질투와 허영심·이기심 등 인간의 악한 속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편견과 고정관념은 진실을 덮어버리기도 한다. 거짓 믿음이 판치는 세계에서 모두가 희생양이 돼버린다. 액자소설 형식으로 진행되는 『우리 반 …』은 읽는 재미도 상당하다. ‘도대체 뭐가 진실일까’를 끝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다소 무거운 주제를 산뜻하게 포장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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