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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BOOK] ‘기적의 물질 발견’ 같은 과학 뉴스, 믿을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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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셀링 사이언스
도로시 넬킨 지음
김명진 옮김, 궁리
315쪽, 1만5000원

과학 기사는 특별하다. 과학의 전문성 때문이다. 미국의 과학사회학자로 뉴욕대 법학과 사회학 교수인 지은이는 과학 기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되는지를 파고들었다. 이를 위해 과학자와 과학기자 모두를 취재했다. 그 결과 언론은 과학적 가치보다 얼마나 뉴스거리가 되는지를 기준으로 과학 기사를 다루는 경향이 있음을 파악했다.

중요한 사례가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올 때 생기는 방해단백질인 인터페론을 다룬 보도다. 1953년 발견된 인터페론은 80년대 대량생산의 길이 열리면서 ‘기적의 물질’로 취급받았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경이의 치료법’, 뉴스위크는 ‘암과 싸우는 무기’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82년 이후 부작용을 다룬 보도가 봇물을 이루면서 인터페론은 공공의 희망에서 비웃음감이 됐다.

지은이는 이를 바탕으로 “기사에 반영된 것은 인터페론에 대한 연구 자체가 아니고 그 물질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희망”이라고 간파했다. 이런 식의 보도는 과학 발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인터페론은 치료제로서의 유용성은 불확실했지만 면역조절을 비롯한 중요한 생물학적 지식을 제공했 다.

지은이는 과학 기사의 소비와 관련, 과학자와 대중 모두에게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과학자들이 대중의 관심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비를 이끌어내기 위해 홍보에 열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 아울러 대중은 과학 보도에서 극적인 사건, 경쟁 같은 흥미로운 부문에만 관심을 보인다고 꼬집었다.

“신기술을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킬 첨단의 요소로만 보고 그에 대한 부작용을 파악하는 냉정한 비판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은이의 지적은 첨단기술 결정론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오늘날 특히 새겨볼 만 하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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