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강경대결… 본격 냉전시대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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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 정찰기 EP-3와 중국 전투기간의 충돌사고로 야기된 미.중간의 외교적 갈등과 파장은 41년 전 옛 소련 영토에서 격추된 미 전략정찰기 U-2기 사건을 연상시킨다.

1960년 5월 1일 최첨단 첩보 정찰기 U-2기가 소련 영공에서 소련 공군에 의해 격추됐다. 가뜩이나 냉전이던 시대에 이 일로 인해 양국은 격렬하게 대립했다. 급랭한 양국 관계는 제네바 군축회담을 위기로 내몰았다. 유엔에서는 서로 비난성명을 주고 받았다.

미국은 비행기 조종사가 소련 군사 시설물을 촬영하는 스파이 임무를 띠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에 부인하다 나중에 어쩔 수 없이 시인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임무가 정당하다고 되받아치며 해명성 역공세를 취했다.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련 총리는 분노했다. 영국 등 주변국이 중재에 나섰고 미국이 U-2기의 비행을 취소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사건은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이 끝내 사과를 거부하자 파리에서 미.소 등이 참여한 4대국 회담은 결렬됐고 동서 양진영은 본격적인 냉전시대로 접어들었다. 소련에 체포됐던 미군 조종사는 2년 후인 62년 소련 스파이와 맞교환돼 풀려났다.

현재 미.중간에도 U-2기 때와 마찬가지로 상호 비방전이 한창이다. 칼자루를 쥔 것은 중국이다. 비행기 동체와 승무원 24명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미국의 대만에 대한 첨단무기판매 금지고, 또 하나는 미국의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 지지다. 그러나 미국 역시 조지 W 부시의 강경파가 등장한 상태여서 양국은 협상보다 군사.외교적으로 치고받기식의 난타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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