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협력시대 북한 바로보기 上]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난해 6월 13일 열린 남북한 정상회담은 화해.협력과 통일을 위한 초석을 놓음으로써 남북이 함께 사는 길을 텄다. 화해.협력시대 각급 학교의 통일 교육은 어떤가. 새 학기 들어 교사들은 가장 고민스런 대목이라고 말한다. 앞으로의 통일 교육 방향을 짚어 보고, 북한의 학교 생활과 또래 문화, 주민 생활 등을 세 차례로 나눠 살펴 본다.

◇ 바람직한 통일 교육 방향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과거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남한에 대한 비방을 중단하는가 하면 세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에도 협력했다. 경의선 철도 복원 기공식도 있었다.

그러나 평화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북한을 보는 균형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과거 서독은 민주시민 교육이라는 큰 틀 안에서 국민이 공감하는 통일 가치관을 확고하게 세웠다. 그런 뒤 통일 교육을 실천해 당시 안고 있던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분단 체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 나아가 통일 이후 체제 통합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북한도 그랬지만 과거 우리의 통일 교육은 상대방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해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동안 북한 사회를 객관적으로 알려 학생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많았다. 문제는 북한을 바로 볼 수 있는 정보가 얼마나 많이 제시됐느냐 하는 점이다.

통일은 정치.경제.사회.가치관.생활 방식 등 모든 분야의 이질성을 아울러 체제와 사회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다.

남북은 같은 민족이지만 반세기 넘게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가치관과 생활 양식도 달라졌다. 따라서 앞으로의 통일 교육은 이질적인 틀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간에 발생할 수 있는 문화.사회적 충격을 완화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남과 북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이를 포용할 수 있는 인간을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교육 과정은 모두 일곱 차례 개정됐으며, 그때마다 통일 교육 내용도 변했다. 그러나 7차 교육 과정의 내용도 분단의 원인과 통일의 당위성.북한 실상.통일 정책.통일 미래상이라는 도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통일 환경은 급변하고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의식도 변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국경 없는 사이버 시대를 살아가는 N세대다.

◇ 가까이 있는 통일 교육

통일 교육은 통일 및 교육 환경의 변화와 세대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과거지향적이거나 당장의 통일을 바라는 교육보다는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생활 사례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종 설문 조사와 통일 교육 시범 학교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의 관심은 주로 북한 또래들과 주민 생활에 집중됐다.

가령 북한 학생들은 어떤 과목을 배우고 하루 생활은 어떨까, 개학과 방학은 언제일까, 시험은 어떻게 치를까, 유급.퇴학이 있을까, 과외 활동은 어떻게 하나, 우리의 특수 목적고와 같은 학교가 있나, 수능 시험과 재수생도 있을까, 속칭 일류대학은, 10대 스타와 '오빠부대' 는, 노래방은 있을까, 이성 교제는 어떻게 하나, PC방은 있을까, '왕따' 나 '공주병' 이 있을까, 머리 스타일은 어떨까 등에 관심을 보인다(☞이에 대한 답은 다음 회에 싣는다).

◇ 활동 주제

①햇볕정책이란 무엇인가.

②정상회담 이후 남북한이 화해.협력을 위해 취했던 일들을 일지 형태로 작성하고, 각각의 일이 통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알아 본다.

③북한의 광역 행정구역은 현재 9개 도와 4개 직할시로 구성돼 있다. 백지도에 남북한의 행정 구역을 표시해 보자.

④남북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알아보고, 학생으로서 실천 가능한 사항의 우선 순위를 정해 보자.

⑤54년부터 97년까지 일곱 차례 교과를 개정하는 동안 통일 교육 변천사를 살펴 보는 활동도 좋다.

※기사 내용은 지난해 중등교원 통일교육 직무 연수 강의 내용 가운데 북한연구소 오기성 연구위원의 '남북 화해 협력시대 학교 통일 교육의 방향' 과 서울특별시교육청 김영일 장학관의 '제7차 교육 과정과 통일 교육 지도 방안' 을 참고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http://sttc.or.kr/dataroom/middle/2000/통일/tongil.html) 참조.

이태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