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김덕룡의원 이견 못좁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지난달 31일 김덕룡(金德龍)의원을 만났다. 신라호텔에서의 단독 조찬회동이었다. 두사람의 만남은 "언론에 미리 공개됐다" 는 이유로 한차례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당내 비주류인 金의원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李총재를 '제왕(帝王)적 총재' 라 비난하고, 중임제.정부통령제로의 개헌 등 당론과 배치되는 주장을 펴왔다.

1시간30분간의 회동 후 李총재는 주진우(朱鎭旴)비서실장을 통해 "전반적인 당 운영과 관련한 상호의견을 교환했다" 고 짤막하게 밝혔다. 분위기에 대해 李총재는 "金의원의 말씀이 상당히 참고가 됐다. 분위기는 대단히 좋았다" 고 말했다. 반면 金의원측은 "덤덤한 분위기였다" 고 설명했다.

두사람은 별다른 의견접근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李총재는 "개헌론은 지금 시기에는 적절치 않다" 며 자제를 요청한 뒤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 있도록 金의원이 역할을 해달라" 고 부탁했다고 한다. 반면 金의원은 "개헌논의 자체를 총재가 막아선 안된다" 며 "현재와 같은 독선적인 당 운영으로는 차기에 집권하기 어렵다" 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李총재 측근은 "李총재와 金의원의 견해차가 뚜렷했다" 며 "이날 회동은 李총재가 金의원을 감싸안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고 말했다. 그는 "향후 당직개편과 당 운영에서 金의원의 주장을 총재가 일부 수용하기는 하겠지만 金의원이 흡족할 정도의 카드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고 덧붙였다.

金의원측은 "개헌을 당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합의가 없었다면 회동은 결렬된 것" 이라며 "金의원은 그동안 해오던 일을 계속 밀고나갈 것" 이라고 전했다.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