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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감사 선임 이후를 더 주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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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금융회사 감사에 가장 적합한 인력은 아이로니컬하게도 금융당국 인력이 될 수 있다. 감독업무 경험을 살려 리스크 관리를 누구보다도 전문성 있게 철저히 할 수 있고, 경영진도 충분히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공직자윤리법에서 유관 분야 취업을 크게 제한당한다. 취업 개방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도 중요하지만, 업무 관계로 인한 유착 방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직자윤리법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훨씬 강도 높게 공직자들의 유관 분야 취업을 제한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감독원 임직원의 경우 퇴직 전 3년 이내 종사했던 업무와 유관되는 분야에는 퇴직 후 2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미국·영국 등의 경우에는 취업 이후 감독당국과의 접촉을 제한하는 등 이해상충 방지에 치중하고, 사전적인 취업 제한은 최소한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문인력의 활용을 통한 국가 경쟁력 향상과 국민의 기본권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 일단 취업은 허용하되, 이로 인한 부작용은 철저히 막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사전 취업제한에 치중해 왔으나 최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를 폐지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반면 우리는 현행 법에서 정한 강력한 취업제한 조치도 모자란다며 유관 분야 취업을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주장은 관치금융에 익숙했던 기억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과거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최근의 금융위기에서 보듯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가장 적합한 인력이 담당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광범위한 전문인력의 등용을 허용하되 취업 이후 유착 방지 등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신 금융회사가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최적임자를 감사로 선임할 수 있어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공모 절차에 의한 감사 선임을 의무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압력은 철저히 배제되고 금융회사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금융당국은 퇴직자가 감독업무의 바람막이 역할을 위해 감사로 취업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변화된 모습을 스스로 보여야 한다. 퇴직자에 대한 전관예우 관행이 있었다면 이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금융회사의 감사로 선임된 퇴직자에 대해 일체의 사적인 접촉행위를 엄격히 감시하고, 부적절한 유착 사례가 발견될 경우에는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양동훈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