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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진입, 지식산업 육성이 관건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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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우리 정보기술(IT) 산업이 휴대전화를 더 팔기보다 독창적인 기술 확보와 표준화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이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지식기반사회의 바탕이 되는 지식재산(특허)과 이를 바탕으로 한 지식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하지 못하면 선진국 진입은 꿈일 뿐이다. 미국과 벌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보듯 지식재산권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단호하다.

지난 40년간 우리는 제조업을 통한 경제발전을 이루다 보니 연구개발에 대한 목표와 투자도 독창적인 기술 확보보다는 선진 기술 따라잡기에 급급했다. 연구개발 수준이 향상되고 잠재적 경쟁력이 확보되었음에도 남을 위협할 수 있는 특허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제는 세계적인 기술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먼저 가져야 한다. 문화적 자긍심이 한류를 만들어냈듯 기술 한류를 새롭게 만들어 내야 한다.

현 정부 출범 때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의 일부 기능을 통합, 지식경제부로 개편한 것은 미래의 성장 동력을 지식재산에서 찾기 위한 조치라고 본다. 그 일환으로 지식재산 산업의 시장을 조성하고, 그 규모를 키워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창의자본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민간 자본과 경영 참여를 유도해 정부가 민간과 경쟁하지 않으면서 민간의 장점을 살려 지식재산 산업이 정착되도록 지원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지식재산 산업에는 두 가지 모델이 있다. 지식재산, 즉 특허를 활용해 경쟁력 있는 제조업을 육성하는 것과 지식재산 자체를 라이선싱하거나 거래하는 기술거래 산업이다. 최근 ‘특허 괴물’이라고 불리며 사회적 관심을 끈 비제조 기업(Non-Practicing Entity)이 여기에 속한다. 세계적인 선진 기업들은 아이디어나 시장을 갖고 제조는 인건비가 싼 해외에서 한다. 우리 대기업이 공장을 베트남이나 중국에 설립하는 것과 같다.

앞으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에 지식재산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지식재산 확보의 중요성을 인식한 선진국의 대학들에서 세계의 우수한 교수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재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우리는 한정된 자원과 좁은 시장을 갖고 있는 반면 우수하고 풍부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지식재산 산업은 우리에게 경쟁력 확보와 선진국 진입을 이룰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산업 분야가 될 수 있다. 유형 자산의 한계를 무형 자산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창의자본사업을 통해 지식재산을 가공하고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강한 특허들을 만들고 관리하고 가공할 수 있는 특허 전문인력 양성 및 국가 기술무역수지 적자 해소에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홍국선 서울대 교수·재료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