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유물 기증자 혜택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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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최근 일부 개인 소장가들이 국립박물관에 유물을 기증해 화제가 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외국의 사례에 비춰 볼 때 박물관에 대한 한국사회의 기증문화와 이를 촉진하기 위해 국가가 기울이는 노력은 매우 빈약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박물관은 보통 예산책정을 통한 구입, 유적발굴, 기증의 세 가지 방법으로 전시 유물을 늘려 나간다. 유물구입비를 충분하게 책정받지 못하는 우리 박물관의 실정에서는 일반인들의 유물 기증이 매우 절실하지만 사회적인 인식과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예산부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의 경우 직원들 사이에선 "민속박물관에는 유물이 없다" 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올 정도다.

한국 박물관의 대표격인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일반 소장가가 유물을 기증하려 할 경우 이 소장품들을 운송하고 포장하는 비용, 박물관 직원의 출장비, 유물에 대한 보험료 등을 지불할 항목이 예산배정에서 계속 누락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기증자가 나설 경우 이를 박물관에 옮겨오는 모든 과정에서의 비용을 유물구입비(2001년 30억원)에서 끌어다 쓰고 있다" 며 "유물기증에 대비한 예산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된다" 고 말했다.

중앙박물관의 소장 유물 13만여점 가운데 1946년 이후 지난해까지 기증받은 유물은 1만3백65점으로 전체 유물의 7~8%에 불과하다.

지난해 5월부터 '기증의식 확산운동' 을 펴오고는 있지만 실적이 크게 증가하진 않았다.

한해 3백30만명의 관람객(외국인 80만명)이 다녀가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유물구입비는 연간 3억원에 불과하다. 박물관측은 민속박물관으로서 제 모양을 갖추기 위해서는 연간 50억원의 유물구입비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속박물관측은 일부 기증자들에게서 유물을 꾸준히 받고는 있지만 대부분 복식(服飾)에만 치우쳐 있어 우리 민속에 관한 균형적인 전시가 어렵다는 점을 토로하고 있다. 박물관측은 텔레비전 유물 평가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강화 반닫이' 조차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부족에다 기증자가 선뜻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증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숙명여대 이보아 교수는 "외국처럼 주요 박물관에는 기증을 전담하는 인력을 확보해야 하고 기증자들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더 넓혀 나가야 한다" 고 말했다. 박물관 관계자들은 이밖에 국가기관과 단체들이 일반인들의 기부금을 받을 수 없게끔 돼 있는 현행 법규를 손질해 국립박물관 등에 한해서는 일반인들의 기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기증유물의 경우 한국감정협회의 감정을 거쳐야만 그 평가액만큼을 기증자의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켜 주도록 한 시행령 등을 개정해야 박물관에 대한 일반인들의 유물기증 문화가 자리잡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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