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이번엔 느낌이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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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산악인 오은선(44·블랙야크·사진) 대장이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의 마지막 봉우리인 안나푸르나(8091m) 등정을 위해 8일 네팔 카트만두로 출국했다. 이번 등정에 성공하면 오 대장은 세계 여성 산악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14개 봉우리를 모두 오르게 된다. 지금까지 남성은 18명의 등정자를 배출했다. 이 가운데 엄홍길·박영석·한왕용 등 한국 산악인 3명도 포함돼 있다.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만난 오 대장은 “인간이 자연을 이길 수는 결코 없지요. 그래서 산악인들은 정복이란 말을 쓰지 않아요. 제가 14좌를 오르더라도 자연과 겨룬 승리자가 된 것이 아니라 다만 생존자가 된 것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8000m 이상의 산은 ‘신들의 영역’이라고 하잖아요. 안나푸르나가 저를 받아줘야 오를 수 있어요. 그런데 이번엔 느낌이 좋네요.” 오 대장은 미국 전지훈련을 다녀오는 등 겨우내 몸을 만들었다. 미리 출국해 안나푸르나에 딸린 타르푸출리(5663m)에서 고소적응을 하게 된다. 고소적응 훈련이 끝나면 본대와 합류해 4월 초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만들 예정이다. 이어 4월 25일을 전후해 무산소로 정상에 도전하게 된다. 지난해 8월 가셰르브룸 1봉(8068m)을 오르며 13좌 등정에 성공한 오 대장은 경쟁자들보다 1개 봉 앞서 있다. 완등 레이스는 몇 년째 히말라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겔렌데 칼텐부르너와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이 12개 봉, 이탈리아의 니베스 메로이가 11개봉을 올라 오 대장을 뒤쫓고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 에두르네도 이번에 안나푸르나에 들어온다.

신영철(월간 ‘사람과 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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