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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와이드] 평창동 예술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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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웅자(雄姿)와 위엄이 서린 북한산 자락에 안겨있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평창동 주택가'는 각박한 세태를 벗어나 전원생활의 여유와 멋을 그리는 도시인들의 꿈을 상징하고 있다.

이 곳이 자신의 이미지에 걸맞게 '미술의 거리'로 변신하고 있다.1992년 토탈미술관을 시작으로 가나아트센터,그로리치 화랑,이응노미술관이 옹기종기 둥지를 틀었다.

올 봄 김흥수미술관과 세줄화랑도 들어선다.

*** 북한산기슭 주택가 따라

지난 13일 낮 평창동 산자락에 있는 미술관 가나아트센터(http://www.ganaart.com).

주부 金미선(35 ·서울 마포구 동교동)씨는 딸(7)의 손을 잡고 미술관 곳곳을 훑어보았다. 전시관을 나서면 넓은 마당이 나오고 계단을 따라 가다보니 다시 전시관. 야외테라스에서 북한산을 올려다 보며 조금전 봤던 그림을 머리속에 떠올려 본다.

전시장 ·야외공연장 ·조각공원을 한바퀴 둘러본 金씨는 "마치 다른 나라 공원에 온 느낌"이라며 "다음에는 도시락을 싸들고 와서 하루를 보내야겠다"며 즐거워했다.

딱딱한 전시회의 틀을 벗어나 시민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을 표방한 이 센터에는 金씨 처럼 우연히 지나가다 혹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전시회 이외에 클래식과 대중음악 ·명사초청 강연도 수시로 하고 레스토랑 ·휴게실 ·자료실 등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3백석 규모의 야외공연장에서는 그동안 '조영남과 노영심의 만남''미술관 옆 영화관''음악이 있는 열린 공간' 등 공연을 매달 한두차례 꾸준히 열어왔다.

가나아트센터 바로 옆에는 토탈미술관(http://www.totalmuseum.org)이 있다.

3층짜리 미술관 건물은 방에서 방으로 이동할 때 동굴벽과 큰 하수구 통로를 지나게 돼있어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널찍한 마당에는 햇살좋은 날이면 사람들이 한가하게 쉬다 가곤 한다.이 미술관은 매달 한번씩 1백8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에서 실내악 공연도 갖는다.

서울경매(http://www.seoulauction.com)에서는 국내에서 아직은 생소한 미술품 경매를 직접 구경해볼 수 있다.매달 한두차례 정기 경매를 하는데 참관인이 1백명이 넘을 정도로 열기가 대단하다.몇만원대 무명작가 그림부터 수백만원대 유명화가 명화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달 30일 오후5시에는 특별히 '와인 경매'가 벌어진다.해외에서 들여온 와인을 2만원∼수십만원에 낙찰받을 수 있다.참가비는 없으며 경매에 참여하려면 회원 가입비(1년 기한)5만원을 내야한다.

문의 02-395-0330.

*** 조각공원.야외 전시장도

이곳에서 50미터 정도 올라가다 보면 그로리치 화랑이 나타난다.20여년 정든 종로구 사간동을 떠나 지난달 이사왔다.

조희영 관장은 "넓은 곳에서 아음껏 그림을 감상할 수 있어서인지 10년전 고객들이 다시 찾아 온다"고 귀띔했다.

가나아트센터에서 차로 5분거리에 있는 이응노미술관과 셀라뮤즈 자기 박물관은 주택가에 숨어있지만 찾아가면 후회하지 않을 곳이다.

고암 이응노 선생의 유작을 주제별로 전시하는 이응노미술관은 4월 전시회를 앞두고 한창 분주하다.셀라뮤즈 자기 박물관은 관장인 복전(福田)영자씨가 어머니 때부터 수집한 독일 ·스페인 ·영국의 명품 그릇 수백점을 한데 모아놓았다.

2층 가정집을 개조해 1층은 관람자가 커피나 다과를 즐길 수 있게 꾸며놓았고 2층에는 17∼20세기 유럽 자기들을 주제별로 분류해 놓았다.미리 예약하면 일본식 쇠고기전골인 스키야키 정식(2만5천원), 샤브샤브(3만원)도 함께 맛볼 수 있다.

북한산 형제봉에 오르는 길의 초입에 서면 정원을 아름답게 가꾼 가정집이 눈에 확 띈다.등산객이라면 한번쯤 눈여겨봤을 이집은 프랑스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 '인 마이 메모리'.

마당에 들어서면 각종 동상과 야외 테이블이 손님을 반기고 내부에선 감미로운 음악이 귀를 간지럽힌다.프랑스 정통 달팽이 요리가 1만2천원,런치스페셜 2만2천원,피자 1만2천∼2만원,칵테일이 8천원선이다.

밤이면 북한산의 차가운 공기와 풀벌레 울음소리를 가까이서 느껴볼 수 있어 운치를 더한다.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와인에 취하고 싶다면 '스위스'에 들러보자.와인전문 레스토랑인 이곳에선 젊은이가 많이 찾는 새토 쇼비뇽(3만5천원)부터 맛이 부드러운 샤샤(10만원)까지 와인의 종류가 다양하다.

사장이 직접 와인을 골라주고 시음하는 법도 알려준다.와인에 스테이크(2만2천원)나 광어요리(2만3천원)를 곁들이면 더욱 좋다.

가나아트센터 내에 있는 '빌 레스토랑'은 정통 이태리식 파스타와 해산물 요리가 일품이다. 깨끗하게 차려 입은 손님도 있지만 등산객도 자주 찾는다고 한다.스테이크 3만원, 스파게티 1만원, 음료는 5천원선이다.

점심에는 라자냐 ·안심구이를 곁들인 세트메뉴가 2만8천원이다. 미술관의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한 뒤 우아하고 깔끔한 식사를 원한다면 이곳을 들러보자.

서울경매 건물 3층에 위치한 카페 '디 모트'의 테라스에서는 하늘에 걸쳐있는 기묘한 산자락을 바라보며 하루의 피로를 녹일 수 있다.

파스타 1만2천원, 가볍게 요기할 수 있는 각종 샌드위치가 7천원, 레페브라운 ·호가든 ·벡스다크 등 독일 정통 맥주가 7천원선이며 3월 중순부터 야외 테라스를 개방한다.

*** 테라스 카페 차한잔의 운치

그림을 맘껏 감상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난 뒤 시간이 있다면 북한산 산행에 나서도 좋다.가나아트센터 앞길을 따라 올라가면 보현봉으로 향하고 중간에 청담이라는 약수터에서 잠깐 쉬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한편 센터 옆길로 좀 걷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형제봉 매표소가 나온다.따로 주차장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차는 인근 주차지역에 두고 가야 한다.

입장료(어른 1천3백원,학생 3백원)를 낸 뒤 1시간 30분 정도 걸으면 그림같은 평창동을 굽어볼 수 있는 형제봉을 거쳐 대남문에 도착한다.

글=박지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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