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고교생, 도시 편법 진학 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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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올해 진안 A고교에 들어간 김모(17)군은 입학식이 끝난 지 1주일도 안 돼 전주로 학교를 옮기기 위해 지난주 전주교육청에 전학 신청서를 냈다.

김군은 지난해 고입선발고사에 합격하지 못해 전주시내 고교에 들어 가지 못하자 시 지역 고교로 전학을 하려고 농촌고교에 입학한 것이다.

그는 "고입선발고사에서 떨어진 대부분의 친구들이 농촌고교에 들어가 입학식만 마치고 전주로 전학을 준비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북도내 농촌고교들이 학생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진안 A고교의 경우 올해 31명이 입학했으나 지난 2일 입학식이 끝난 후 지금까지 20명이 전주시내 고교로 전학하기 위해 서류를 받아 갔다.

I고교도 입학생 1백12명 중 타 시.도 등으로 전학을 간 학생이 이미 10명을 넘었으며, 30여명은 학교를 옮길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실정은 정읍.무주.장수.남원 등에 있는 대부분 고교들도 마찬가지. 입학생 중 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학교마다 10명을 넘는다고 한다.

이때문에 전주시교육청에는 지난 4일부터 지금까지 농촌고교생 63명이 전학신청을 했고, 군산.익산시 등 각 교육청별로 20명이 넘고 있다.

실제로 전북도내 농촌고교에서 도시인 전주.군산.익산에 있는 고교로 옮긴 학생이 1998년 1백29명에서 지난해에는 1백40명으로 증가했다. 올들어서도 벌써 21명이 전학을 했고 신청자가 1백14명에 이른다. 교육청관계자들은 앞으로 그 수가 더욱 늘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학생들은 전학신청 이유로 부모가 이사를 가는 바람에 통학이 어렵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때문에 학교측은 전학을 하려는 학생들을 설득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모(48.남원B고교)교사는 "하루 평균 5~6명의 학부모들이 전학을 상담하기 위해 찾아 와 이들을 설득하느라 수업이 힘들 정도" 라고 털어놨다.

특히 일부 고교들은 입학할때 학부모들로부터 '전학을 가지 않겠다' 는 서약서까지 받는다. 하지만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남원.진안.무주 등 일부 지역 주민들은 '내고장 학교 지키기 운동' 을 펼치며 장학재단을 설립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전학 바람을 막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모(57)교장은 "전학을 무조건 허용할 경우 농촌고교 존립자체가 위태로워 서약서를 받고 있으나 효과가 별로 없다" 며 "대학입시 농어촌특별전형 확대 등 교육부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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