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관급회담 불참 왜?] 전문가 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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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이 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연기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측의 검토와 대비책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 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사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비롯, 남북관계 전반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 장달중(張達重)서울대 교수〓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본 북한으로서는 북.미간의 인식차가 너무 크다는 점을 확인,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남측에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남측으로부터 경제적 실리를 얻을 가능성도 희박하고 오히려 남측으로부터 미국의 입장만 전달받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북측은 또 회담 연기를 통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미국의 대북 강경자세와 우리 정부의 대응 태도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측이 회담을 갑자기 연기한 게 처음이 아니므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남북관계는 이같은 환경 변화에 따른 조정 국면을 거치되 큰 궤도에선 벗어나지 않고 진행될 것으로 본다.

◇ 이동복(李東馥)명지대 객원교수〓북한은 과거에도 남북회담을 정상적으로 진행시키다 최종 순간에 입장을 뒤집은 일이 많다.

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모호해졌다. 북측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개혁.개방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보다 ▶남한의 분열을 조성하고▶한.미 관계를 이간하며▶경제적 실리를 취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목표를 차질없이 달성할 수 있을지에 관해 근본적인 회의를 하는 것 같다.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집중 재검토를 할 것이다. 남북관계는 당분간 동면기에 접어들거나 냉랭한 관계로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 김영수(金英秀)서강대 교수〓북한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한 정부가 완전히 코너에 몰린 것을 알고 강경 입장이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 같다. 현재로서 남측이 북측에 제시할 만한 카드가 없음을 파악한 것이다.

북측은 이 상황에서 예정대로 회담을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남한 정부의 체면만 세워주는 꼴이 된다고 생각했음직하다.

북측은 이번 기회를 적절히 활용, 각종 남북회담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려 할 것이다.

남측에서 회담을 재촉하면 할수록 북측은 그때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것이다.

그러나 金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이번 회담 연기와 별개로 예정대로 상반기에 이뤄지리라고 본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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