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만점짜리 엄마·아빠, 근데 왜 집에 가면 숨막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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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완벽한 가족
로드리고 무뇨스
아비아 글, 오윤화 그림
남진희 옮김, 다림
192쪽, 8500원

어느 분야에서건, 어떤 상황에서건 ‘완벽’은 언제나 박수를 받는다. 그래서 누구나 완벽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완전한 완벽은 불가능하다. 완벽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지나치게 강할 경우, 나도 남도 행복할 수 없는 이유다.

책은 독자들에게 그 ‘완벽’의 허상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완벽해지려는 욕심을 내려놓을 때 삶이 얼마나 가볍고 자유로워지는지를 실감나게 그렸다. 간접 체험만으로도 속이 시원하다.

주인공 알렉스는 완벽해 보이는 가족과 함께 산다. 아빠는 유명한 물리학자, 엄마는 유능한 잡지 기자, 두 명의 누나는 모든 분야에서 1등을 달린다.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심지어 머릿결도 최고다.

엄마·아빠는 이해심도 많다. 결코 화내는 일이 없고, 목소리 높이는 일도 없다. 또 농담도 잘하고, 아이들과 풀밭을 뒹굴기를 좋아한다. 집도 깔끔하고 세련되게 꾸며놨다. 알렉스의 집에서는 말다툼이 일어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서로에게 늘 다정하게 대한다. 알렉스가 국어와 수학에서 낙제를 한 날, 가족들이 보여준 모습도 완벽했다. 엄마는 알렉스의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며 “우리는 네가 낙제를 한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으리라고 생각해. 그리고 네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 믿고 있어. 너는 영리해서 그럴 만한 능력이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자녀교육서에 나올 법한 완벽한 모범답안이다.

『완벽한 가족』은 너무나 완벽해서 서로가 불편해진 알렉스 가족의 이야기다. 서로의 결점을 드러내고 감싸주면서 알렉스 가족은 더 행복해졌다. [다림 제공]

그런데 왜일까. 알렉스 만큼이나 독자들도 답답해진다. 뭔가 아슬아슬 숨이 막히는 기분이다. 좀처럼 편안하지가 않다.

뭔가 결점이 있을거야. 알렉스는 가족들을 몰래 관찰하며 결점을 찾아보기로 한다.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알렉스는 깨닫는다. “세상 누구나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다만 그런 단점이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찾는 데 힘이 든다는 것뿐이다. 저녁만 되면 부엌에 나타나곤 했던, 바퀴벌레처럼 생긴 붉은 벌레와 다를 게 없다. 불만 켜면 사라져 버리는 그 벌레 말이다.”(116쪽)

알렉스의 가족이 책 제목대로 ‘완벽한 가족’이 된 것은 그 단점을 고쳤기 때문이 아니다. 서로 자신의 실수와 부족한 점을 털어놓고 보듬어주면서 이뤄나갔다. ‘완벽’의 탈을 벗어 던졌을 때, 진정한 ‘완벽한 가족’이 된 것이다.

책은 ‘무엇이 완벽인가’란 질문도 던진다. 실직한 아빠를 보면서다. 알렉스는 “실업을 결점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고 보면 완벽하냐, 부족하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시도다. 삶에는 승패도, 등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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