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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과 인간 소통엔 ‘무소식이 희소식’ 적용 안 됩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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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김영준 목사는 솔직하다. 김 목사는 인터뷰 도중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공부한 게 “돈을 낭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신동연 기자

성서에는 시험(試驗)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주기도문(主祈禱文)에도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마태: 6:13)라는 내용이 있다. 기독교 신앙은 죄의 유혹, 어려운 환경, 질병 등의 ‘시험’을 믿음을 단련하는 도구로 이해한다.

기쁜소식교회 김영준(50) 목사는 학창 시절,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이었다. 김 목사는 아이비리그 대학인 예일대(철학 학사)와 컬럼비아대(법무 박사)를 졸업했다. 변호사가 되려고 했던 김 목사는 ‘삶이라는 시험’을 치르는 데 도움을 주는 목회자가 됐다.

김 목사의 집안은 1975년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로스쿨을 졸업할 무렵 소명이 목회 쪽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풀러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신학교 졸업 후에는 명성교회(당회장 김삼환 목사)에서 인턴으로 1년간 일할 기회가 있었다. 원래는 이민 교회 목회를 하려고 캐나다로 돌아가 목사 안수를 받았으나 한국과 한국 사람들이 그리워 무작정 다시 귀국했다. 마침 소망교회 부목사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하고 사모를 만나 결혼한 김 목사는 2000년부터 기쁜소식교회를 개척해 등록 교인 2500명의 교회로 성장시켰다.

예일·컬럼비아대서 철학·법학 공부
신앙에 대한 의문점이나 삶 속에서 생기는 고민을 털어내는 명쾌한 설교로 유명한 김 목사는 케이블TV, 인터넷, 라디오 방송 설교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를 믿는 사람이라면 성령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김 목사를 서울 도곡동에 있는 기쁜소식교회에서 만났다.

-신학교 입학 전에 철학·법학을 공부한 게 목회에 도움이 됩니까.
“많이 되죠. 법학 공부는 성경 해석이나 신앙 자체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정확성·일관성을 키워주었습니다.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않게 되죠. 철학은 아무래도 사고하는 방식에 도움이 됩니다.”

-원래는 교단마다 교리나 전통이 다른데 요즘 일반 신자들은 교단의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교단의 ‘브랜드’는 사라진 지 오래됐습니다. 교단 고유의 신학이나 신학적인 일관성을 고집하는 목회자도 소수입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곽선희 목사님은 장로교 신학을 일관성 있게 고수합니다. 교인들 입장에서는 교단이 아니라 목회자나 교회를 보지요. 자유의지론에 입각해 ‘축복을 받으려면 이렇게’ ‘병이 나으려면 이렇게’라고 하는 설교가 많습니다. 자신의 운명과 신앙을 자기 선택에 따라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죠. 셀(cell) 목회, 제자훈련, 찬양집회, 열린 예배 등 ‘어디서 하니까 잘 되더라’는 말이 들리면 실용주의적으로 도입합니다. 요즘 교인들은 여러 교회를 ‘수평이동’하기 때문에 교회의 동질화는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죠. 반면 예정론은 하나님의 섭리를 강조합니다. 하나님의 섭리 속에 우리가 살기 때문에 고통도 질병도 하나님 섭리의 일부라는 게 예정론의 입장입니다.”

-교회 이름을 ‘기쁜소식교회’로 정한 특별한 뜻이 있습니까.
“신학교 다닐 때 어떤 선배 목사님으로부터 ‘기도에 대한 응답을 통해 교회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고민하던 중 어느 날 제가 좋아하는 목사님 설교를 인터넷으로 듣고 있는데 ‘복음은 참 좋은 소식이다’ ‘기쁜 소식’이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복음은 ‘나쁜 소식’이 아니고 ‘충격적인 소식’이 아니고 뭐니뭐니해도 ‘기쁜 소식’입니다.”

-아마존에 사는 부족민에게 ‘기쁜 소식’은 어떤 뜻일까요. 어떻게 설명하면 됩니까.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원시인이든, 현대인이든, 아마존 부족이든, 도시인이든 어느 정도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안 믿는 사람도 자신이 안 믿는 이유는 알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안 믿는 것입니다. 기독교는 철학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도덕을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하나님과 인간의 실존을 연결시키는 작업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접근하면 사람들이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전달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아마존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은 어렴풋이 신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을 완벽하게 계시하신 분이다’ ‘예수를 통해 우리가 하나님을 알고 예배하고 죄의 사함을 받을 수가 있다’는 메시지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예수는 지옥으로 협박하지 않아
-우리 속담에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게 있는데요. 기독교에 적용될 수 있습니까.
“굳이 적용한다면 이 속담은 ‘위에서 아래로’보다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소식에 해당되겠죠. 사람들이 아무 문제없이 살 때는 하나님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하나님을 찾기 시작하는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죠. 잘나갈 때는 교회 안 나가다 문제가 생기면 교회 나가고 새벽기도 나갑니다. 그래서 하나님 입장에서는 ‘무소식이 희소식’입니다. 아무 소식이 없으면 잘 살고 있는 것이고 ‘살려달라’ ‘도와달라’는 소식이 들리면 문제가 있는 것이죠.”

-‘위에서 아래로’ 차원에서도 ‘무소식이 희소식’아닙니까.
“만약에 위에서 아무런 소식이 없고 침묵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없다는 얘기죠. 하나님의 절대 침묵이라는 것은 하나님이 없든가, 인간은 하나님을 알 수가 없고 하나님과 단절됐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무소식이 희소식’이 될 수 없습니다. 설사 좀 언짢은 이야기더라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신다는 사실 자체가 좋은 것입니다. 위로부터 무소식이면 하나님이 우리를 방치하고 관심을 갖지 않고 버렸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믿지 않는 입장에서는 ‘기쁜 소식’은 ‘세상이 망한다’ ‘안 믿으면 지옥 간다’는 ‘나쁜 소식’아닙니까.
“아담이 범죄한 다음 하나님이 찾아오십니다. 벌 주러 찾아오신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하나님께서 방치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잊어버리지 않고 그들을 염려하셨어요. 기독교에서 중요한 것은 지옥·정죄·심판이 아니라 그냥 내버려두면 망할 인류를 하나님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시고 권면(勸勉)하신다는 메시지입니다. 보통사람들이 갖고 있는 지옥에 대한 생각은 육신이 받는 고난의 연속 차원이죠.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지옥은 하나님-인간 관계의 영구 단절, 소외, 죄로부터 해방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마솥에 넣고 인두로 지진다는 식의 지옥 이미지는 사람들이 신앙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거부감으로 멀어지게 만들 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지옥에 대한 두려움을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로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생명·천국·사랑·치유의 메시지로 사람들에게 접근하셨죠. 예수님은 ‘협박’같은 것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안 믿고도 충분히 잘 살고 있는 데다 지옥이 살 만한 곳이라면 믿을 필요 있습니까.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면 안 믿어도 됩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자기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죄의식·불안·고독함이나 의미를 추구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은 인생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종교적인 차원에서 의미를 찾지 않더라도 쾌락에서 찾건 뭔가 선한 일을 하는 데서 찾건 사람은 자기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고 합니다. 사람이 거울을 봐야 자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처럼 거울 역할을 하는 종교가 필요합니다. 신앙을 통해야만 인생과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지요. 누구에게나 믿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는 때가 찾아옵니다.”

성공 강박관념은 또 하나의 율법
-기쁜소식교회가 강조하는 예수, 교회는 어떤 모습입니까.
“예수님은 우리를 율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죄인을 위해 오셨는데 어떻게 보면 한국 개신교는 ‘의인을 위한 교회’가 돼버렸어요. 그렇게 해서는 이 세대를 예수님께 인도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죄인을 위해 찾아오신 예수님, 정말 죄인에게 굿 뉴스가 되시는 예수님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러한 강조점을 거부할 사람은 없다고 봐요. 사람은 남이 요구하는 율법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요구하는 율법에 얽매여 삽니다. 대다수 사람은 스스로에게 율법을 요구하고 그것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자신을 질책하고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그런 모습을 숨기려고 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수준을 만족시킴으로써 자신이 성공한 인간이 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바로 그게 성경이 말하는 율법적 사고방식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시고 귀중히 여기십니다. 우리는 있는 모습 그대로 존재 가치가 있습니다. 그게 복음이 말하는 내용인데 그것을 사람들이 믿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을 거부하고 내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합니다. 자녀들에게까지 율법을 강요합니다.”

-기쁜소식교회 다니는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신앙문제는 무엇입니까.
“강요하는 신앙입니다. 강요하는 것은 안 받아들이고 본인이 스스로 설득이 되고 스스로 원해서 믿기를 원하는 분들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바로 설교를 통해 설득하고 믿을 만한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죠.”


김영준 목사 연락처
전화 : 02-577-0191 팩스 : 02-575-5814
웹사이트 : www.gn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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