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뚜벅이 투자, 장기 수익 안겨줄 거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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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지난달 중순께부터 갑자기 몸이 아팠다. 병이라곤 몰랐는데 몸 이곳저곳이 쑤셨다. 출근은 했지만 견디기 힘들어 병원을 찾아갔다. 의사는 “지나친 스트레스 때문에 신경 계통에 이상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올 들어 빌빌거리는 주식 시장 때문에 계속 골머리를 앓았다. 농협 계열 NH-CA자산운용의 고객 돈 굴리기 총 책임자인 양해만(41·사진) 상무가 그랬다. “거 참, 앞으로도 주식 시장이 시름시름하면 저도 앓을 것 같아요.”

이것저것 다 잊고 쉬는 게 상책이었지만, 그래도 고객과의 저녁 자리는 취소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저녁 자리 자체도 스트레스 덩어리였다. 상대는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큰손. 이미 돈을 많이 맡긴 터였고, 더 맡기겠다고도 했지만 주식 시장이 요즘 같은 상황에서 추가 투자를 100%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은 툭 터놓고 얘기했다. “올 상반기는 불투명합니다.” 예상대로 상대는 머뭇거리는 기색이었다. 정공법을 썼다. “장기 수익을 보시지 않습니까. 그러면 지금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맡겨주실 돈을 전략적으로 운용하면 장기적으로는 기대하시는 만큼 될 겁니다.” 그게 먹혀서일까. 상대는 지금 추가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양 상무는 전했다.

‘장기 수익’은 양 상무가 비단 큰손에게만 쓰는 말은 아니었다. 그는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적립식으로, 장기 수익을 보는 ‘뚜벅이 투자’를 하라”고 조언했다.

“적립식으로 투자를 하면 한꺼번에 돈을 넣었다 증시가 출렁이는 바람에 큰 손실을 보는 일이 없어요. 또 한국 경제를 생각해보면 장기적으로 코스피지수는 오를 것이어서 적립식 뚜벅이 투자가 반드시 이익을 안겨준다는 게 제 신조입니다.”

남에게 권하는 것뿐 아니라 양 상무 자신이 이런 투자를 실천하고 있다. 매달 월급의 20%가량을 떼어 NH-CA자산운용이 굴리는 6개 펀드에 적립한다.

그는 “한국 증시가 오를 것이라고 믿는 장기 투자자라면 레버리지 펀드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레버리지(지렛대) 펀드란 주가지수가 오를 때 그보다 수익률이 더 많이 오르는 펀드. 물론 코스피지수가 빠지면 더 심하게 손실을 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수가 오른다고 생각한다면, 일반 인덱스 펀드보다 더 큰 수익을 올려주는 레버리지 펀드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논리다.

사실 레버리지 펀드를 권하는 이면에는 자사 상품을 알리겠다는 욕심도 곁들어 있다. 레버리지 펀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게 NH-CA자산운용이다. 지난해 6월 16일 운용을 시작한 ‘1.5배 레버리지 인덱스 증권’이 그것이다. 코스피200지수 등락률보다 약 1.5배 크게 움직이는 펀드라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설정 후 지금까지 약 8개월 보름간 31.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 증가율인 18.6%의 1.7배다. 양 상무는 “주식 현물과 선물 투자 비중을 그때그때 조절해 가능한 한 손실을 줄이려고 노력했더니 목표치인 1.5배보다 나은 수익률이 나왔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관심도 많이 끌었다. 가입액이 이달 2일 현재 847억원에 이른다. 올 들어서만 281억원이 추가로 들어왔다. NH-CA자산운용의 레버리지 펀드가 화제가 되자 경쟁사들이 1.6배, 1.3배 레버리지 펀드 등을 내놓기도 했다.

양 상무는 “레버리지 펀드도 주가지수가 좀 빠졌다 싶을 때마다 돈을 넣는, 일종의 적립식 투자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더 오르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투자 방법이다. 실제 이런 식으로 1.5배 레버리지 펀드에 투자해 50% 넘는 수익률을 올린 고객도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주식 투자의 기본 자세에 대해서는 “대박을 노리기보다 은행 정기예금이나 채권 투자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내겠다는 자세로 임하는 게 좋다”고 했다.

“격언이라고 할까요. ‘주식 시장은 움직이는 과녁이어서 겨냥하는 사람이 흔들리면 절대 맞힐 수 없다’고들 합니다. 욕심을 내면 오히려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뜻이지요.”

양 상무는 “올 상반기 중 레버리지 펀드 성격의 개인연금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현옥 기자

◆양해만 상무는=대구 영진고를 나와 서울대 경영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6년 대한투자신탁 주식운용부에 입사했다. 2004년 NH-CA자산운용으로 옮긴 뒤 리서치 팀장과 펀드매니저를 겸했다. 지난해 7월 자산운용총괄 상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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