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BI 요원, 10여년간 러에 정보 제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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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뉴욕〓신중돈 특파원]미 연방수사국(FBI)의 베테랑 수사요원이 러시아 정보원들에게 국가 기밀을 제공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미 언론들이 20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루이스 프리 FBI 국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FBI에서 테러 방지 업무를 맡아 왔던 로버트 필립 한센(56)이 10여년간 기밀 정보를 빼내 러시아에 넘겨온 혐의로 지난 18일 저녁 버지니아주 비엔나에서 체포됐다" 고 밝혔다.

한센은 20일 오전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지방법원에서 국가 기밀 누설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을 받을 예정이며 그가 누설한 정보의 내용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간의 외교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BI는 러시아의 스파이로부터 한센이 이중간첩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뒤 4개월 동안 그를 비밀리에 감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센은 러시아 정보원과 사전에 약속한 것으로 보여지는 버지니아주 북부의 한 공원에서 기밀 정보가 담긴 서류봉투를 떨어뜨리다 FBI 수사관들에게 체포됐다.

한센은 27년 동안 FBI 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뉴욕.워싱턴 등을 주무대로 활동해왔다. 특히 그는 최근 4년 동안 미국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정보원들을 색출해내는 작업을 해왔고, 이 과정에서 미국의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부 관계자들과도 함께 일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FBI와 미 정부 관계자들은 한센이 국무부 관계자들로부터 얻은 고급 정보를 러시아 정보원들에게 넘겨줬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센은 또 1994년 검거된 CIA의 이중첩자 알드리치 아메스가 러시아측에 넘겨준 미국의 이중간첩 명단에 대해 확인작업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FBI는 이로 인해 해외에 있는 미국 정보원들의 신원이 드러났으며 이들 중 일부는 러시아에서 검거돼 처형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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