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보육시설 확대 설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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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비용을 기업에 전가하는 것이다." "기업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직장 내 보육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기업의 범위를 늘리는 문제를 놓고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와 여성.노동계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총은 지난 20일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이 의무적으로 직장 보육시설을 설치토록 한 현행 시행령을 그대로 유지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여성부는 이달 초 '남녀 근로자 300명 이상인 기업은 의무적으로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경총의 김정태 상무는 "여성부의 개정안이 시행되면 직장 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할 사업장 수가 올 6월 현재 213개소에서 2400개소로 12배나 늘어난다"며 "국가나 개인이 부담해야 할 보육비용을 기업에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것은 기업활동의 경제적 비효율성을 증대시킨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이하 여노자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은 "당초 남녀 근로자 150명 이상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직장 보육시설을 설치토록 요구할 계획이었으나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대상 기업 범위를 줄인 것"이라며 "경총의 요구는 기업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경총의 의견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다음 주 초 여성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여연의 남윤인순 대표는 "아이를 키우는 일은 노동력의 재생산이란 점에서 기업도 책임이 있으며 특히 안정적인 노동력 확보를 위해 기업은 직장 보육시설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의무 설치 사업장의 21.2%인 48개 기업만이 직장 보육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2004년 6월 현재 직장 보육시설은 모두 234개소(비 의무화 기업까지 포함)로 전체 보육시설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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