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술관 사실상 폐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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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980년대 민중미술과 한불 문화교류의 산파역할을 했던 서울 구기동 서울미술관(관장 임세택.사진)이 개관 20년만에 사실상 문을 닫게 됐다.

서울미술관은 지난 14일 서울지방법원 경매에서 30억원에 낙찰돼 8백평의 대지와 2백평의 건물이 제3자의 손으로 넘어갔다. 낙찰자는 한 중소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난에 시달려 온 서울미술관은 주한 프랑스 대사관측과 오랫동안 매각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무산됐고 이후 경매연기, 유찰 등 14차례에 걸친 우여곡절을 겪었었다.

서울미술관살리기 대책위원회(공동대표 한묵.고은.김서봉.김윤수)는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낙찰자가 미술관을 계속할 뜻을 밝히지 않는한 회생은 불가능해 보인다.

서울미술관은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있는 부부 화가 임세택ㆍ강명희씨가 81년 국내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설립했다.

미술관은 개관 이래 뒤샹과 만 레이 등 유럽의 초현실주의와 신구상미술을 국내에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또한 80년대 민중미술을 적극적으로 후원해 신학철.임옥상.민정기.권순철씨 등을 발탁, 조명했다.

임관장은 지난해 프랑스 문화예술훈장을 받기도 했다. 미술관은 90년대 들어 자금난을 겪어오다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빚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임관장은 미술관 터를 정부가 매입해 아시아.유럽 문화센터를 설립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최근 기획전도 재개했으나 끝내 미술관을 살리지 못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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