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로 채권' 유럽서 대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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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중국이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유로화 채권을 발행하는 데 유럽 자금이 대거 몰렸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중국이 발행하는 10억유로 규모의 유로화 채권(10년 만기)에 40억유로의 유럽 자금이 몰렸다고 22일 보도했다. 이번 유로화 채권 발행은 아시아 국가로는 최대 규모다.

FT는 이번 채권 입찰에 핀란드 연금에서 이탈리아 자산운용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럽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해 달러화 채권 대신 유로화 채권을 발행한 중국 정부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전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유럽지역 투자자의 이런 뜨거운 반응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유럽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것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아시아 국가들은 투자자들이 나서지 않을 것을 걱정해 유로화 채권 발행을 꺼려왔다. 유로화는 5년 전 출범과 함께 아시아 자본시장에 진입했지만 달러화에 밀려 주요 통화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UBS증권의 아시아 채권시장 담당자인 패트릭 오브라이언은 "그동안 아시아의 해외 채권 발행은 달러화에 치우쳐 있었다"며 "이번 중국의 성공적인 유로화 채권 발행은 아시아 국가의 채권 발행 통화를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BNP파리바의 아시아.태평양 담당자인 게리 홉킨스도 "아시아 정부와 기업들이 점점 유로화 시장에 대해 신뢰하고 있다"며 "아시아권의 유로화 채권 발행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유럽의 적극적인 구애로 중국 정부의 달러화 채권 발행은 지난해 10억달러에서 올해에는 5억달러로 줄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10억달러의 달러화 채권(10년 만기)과 4억유로의 유로화 채권(5년 만기)을 각각 발행했다.

홍콩의 한 펀드매니저는 유럽이 이렇게 아시아 채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최근 이 지역의 국가와 기업의 재정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데다 중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투자 매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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