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3불 정책 수정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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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얼굴) 총리가 현행 대입 제도의 근간인 ‘3불(不) 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수정에 나설 뜻을 밝혔다.

정 총리는 28일 방송된 EBS 대담 프로에서 본고사 제도와 관련, “대학이 어떤 학생을 어떤 방법으로 뽑아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도 “사립대는 모르나 공립대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사립대에 한해 허용할 생각이 있음을 내비쳤다.

정 총리는 서울대 총장 시절에도 “3불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한 것 아니냐”(2004년 서울대 국정감사)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총리 입장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 총리의 발언을 계기로 1998년부터 확고하게 유지돼온 3불 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도 관심이다.

우선 ‘본고사 금지’ 정책에 변화가 예상된다. 정 총리는 취임 후 “대학 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이날 언급은 없었지만 ‘고교등급제 금지’ 역시 개혁 대상이다. “고교 사이에 학력 차가 분명히 있는데 그걸 인정하지 말라는 것은 불평등한 처사”라는 게 정 총리의 평소 지론이다.

반면 ‘기여입학제 허용’의 경우 분리 접근법이 예상된다. 정 총리는 국립대에 대해선 반대하지만 사립대엔 잣대를 달리한다. 정 총리는 서울대 교수 시절 “사립대가 일부 부유층 자녀를 기부금을 받고 정원 외로 입학시킨 뒤 그 돈으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면 일종의 ‘윈-윈 전략’”이라고 말했었다.

정 총리의 발언이 나온 뒤 총리실 측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잡힌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총리실 관계자는 “ 총리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올 상반기 중 민·관협의회 등을 통해 구체적인 개혁 구상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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