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8.8 강진] “콘셉시온 사는 교민들 모두 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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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새벽(현지시간) 규모 8.8도의 강진이 덮친 칠레 제2의 도시 콘셉시온은 도로 곳곳이 갈라지고 내진 설계가 안 된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는 등 적잖은 피해가 났다고 한국 외교관이 28일 현지에서 전해왔다.

주칠레 한국대사관의 조민호 영사와 이용현 참사관은 수도 산티아고에서 자동차로 9시간 달려 27일 오후 8시30분(현지시간) 콘셉시온에 도착했다. 이 지역에 사는 한국 교민 13명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마지막까지 연락이 두절됐던 이모(67)씨 부부의 아파트를 찾아냈다. 조 영사는 “이씨 부부가 심하게 흔들린 아파트 7층 방에서 공포에 떨고 있었다”며 “다행히 내진 설계가 잘돼 있어 물건들만 일부 파손됐을 뿐 모두 무사했다”고 전했다. 이씨 부부는 이곳 시내에서 옷·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콘셉시온 시내를 둘러본 조 영사에 따르면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일부 건물들이 붕괴됐고, 도로 곳곳이 파손됐다. 또 생필품을 파는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조 영사는 "27일 밤 12시쯤까지 여진이 이어져 계속해서 땅이 흔들렸다. 차를 타고 있으면 차가 움직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현지 경찰 등이 차가 다닐 수 있도록 최소한 도로의 한 차로를 복구해놓아 차량 흐름은 안정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산티아고에서 콘셉시온으로 향하는 동안 다리가 붕괴되고 일부 구간에서 도로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경우가 수차례 있었다” 고 전했다. 조 영사는 “콘셉시온 주민들에겐 물과 전기가 모두 끊긴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며 통신도 휴대전화만 일부 구간에서 통화가 되는 상태”라고 전했다.

조 영사도 이날 새벽 산티아고 시내의 숙소 아파트에서 강진을 경험했다. “20층 아파트의 맨 위층에서 자고 있는데 새벽 3시35분부터 1시간 동안 심하게 흔들려 샹들리에, 책상, 의자, 찬장의 컵 등 바닥에 붙어 있지 않은 물건이 모두 나뒹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내와 함께 침대에서 공포에 떨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강진 직후 그는 도보로 8분 거리의 대사관 2층 건물을 찾았다. “다행히 대사관은 외벽에 금이 가고, 형광등이 깨지는 정도여서 안도했다”고 전했다.

주칠레 대사관의 임창순 대사는 전화 통화에서 “아이티보다 지진 규모는 크지만 피해 정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며 “칠레 정부와 국민들이 오랜 지진 경험을 바탕으로 늘 준비해 왔으며 위급 상황 발생 후에도 잘 대처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임 대사는 “산티아고의 경우 휴가철이라 비교적 시내가 한산했고, 내진 설계가 잘돼 있어 대사관 옆의 3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도 지진을 견뎌냈다”며 “내진 설계가 부족한 빈민가와 시 외곽 고가도로 주변에 피해가 몰렸다”고 전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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