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N'브랜드로 세계를 품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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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콤팩트 스마트 시티(Compact Smart City).
도시 확장에 따른 불편을 복합적인 기능으로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는 '똑똑한 도시'를 가리키는 말이다. 인천이 지향하는 미래의 도시 개념이다. 두바이가 사막의 기적을 만들었다면 인천은 바다를 메워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기존의 도심에선 기능 강화를 위한 재창조 사업을 시행하고, 송도·영종·청라 경제자유구역에선 외국 기업·외국인이 국내인과 어울려 살기에 불편함이 없는 글로벌 시티(Global City)를 만들어 가고 있다.

기존 시가지는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공원·녹지공간 확충, 자전거도로 설치, 주거지 정비 및 재래시장 활성화로 생활의 질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유엔 국제기구, 외국 대학·병원, 생명공학기술(BT)·정보기술(IT)산업, 국제전시와 테마파크 등을 배치해 국제 비즈니스와 첨단산업, 관광·레저산업을 망라한다. 인천은 친환경도시이자 지속 발전이 가능한 도시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

올 초부터 세계의 이목이 '인천(Incheon)'이라는 도시에 집중하고 있다. 26일에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차관 회의가 열렸다. 올 11월 열릴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첫 번째 실무 회의였다. 인천은 최근 10년간 세계 일류도시가 되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국제도시 기반시설을 갖춰왔다. 지난해 가을에는 80일간의 세계도시축전 행사를 열고 인천대교(세계 5위 규모)를 개통해 발전역량을 확인했다. 다른 도시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등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위축돼 있을 때 인천은 도시의 장점을 개발해 왔다.

인천국제공항 개항, 지하철 1호선 개통, 개항장 문화지구 및 고인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2014 아시안게임 유치 등을 통해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지역문화를 정비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은 도시공간의 변화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생각과 생활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 결과 제물포 개항 이후 사람과 정보와 경제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다이내믹한 도시로 탈바꿈하였다.

인천의 강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도시 기능을 담을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다.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1989년 영종도, 95년 김포시 검단과 강화·옹진군의 섬들이 편입되면서 도시 면적이 3배 이상 확장됐다. 그만큼 개발 가능한 땅이 풍부하다. 여기에다 도시 기능이 다양화돼 있다. 강화도는 한민족의 역사가 숨쉬고, 옹진군에 있는 150여 개 도서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검단은 농촌지역으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인천은 기존의 항만을 중심으로 한 공업도시에서 역사문화도시, 해양성 관광휴양도시, 농촌도시의 면모가 추가됐다. 또 공항·항만 물류를 연계한 국제복합운송 물류기지로 업그레이드됐다.

인천은 이제 세계적인 도시브랜드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의 개항으로 '인천(ICN)'이라는 이름이 전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전 세계 항공 스케줄에서 한국의 명칭이 'SEL'(김포국제공항의 코드)에서 'ICN'(인천국제공항의 코드)으로 바뀌었다. 지난 1월 말 현재 63개 항공사가 61개 국가, 168개 도시에 취항 중이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이용 여객이 2855만 명에 이른다.

현재 공항서비스 세계 1위, 국제화물운송 세계 2위다. 제3단계 건설(2009∼2015)이 끝나면 5개 활주로를 보유하고 항공기 운항 연간 74만 회에 화물 1000만t, 여객 1억 명의 운송 능력을 갖는다. 항만 기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인천항은 수도권 관문항으로 100년 이상의 노하우를 쌓아왔다. 중국 10개 해안 도시를 운항하는 카페리와 컨테이너 정기선이 취항해 환(環)황해권의 중심 항만으로 자리 잡았다.

인천은 대외 개방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를 자유화한 경제자유도시로 변신하는 중이다. 인천에는 자유무역지역(Free Trade Zone)과 경제자유구역(Free Economic Zone)이 있다. 대외무역법·관세법 등의 규제에서 벗어나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강점을 갖는다.

우리는 90년대 말 아시아 지역을 휩쓴 금융위기를 극복했지만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항상 느낀다. 이러한 절박감을 반영해 정부는 한국 경제의 생존 전략으로 2003년 8월 경제자유구역을 인천에 처음 지정했다. 자유무역지역은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 2개소 5.42㎢, 경제자유구역은 송도·영종·청라 3개소 209㎢에 각각 설치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27년 전 제물포가 개항될 당시와 비교할 때 인천의 위상은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달라져 있다. 도시는 사람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의 기능과 디자인은 시대에 따라 진화한다. 인천은 바로 도시의 진화를 말해주는 좋은 사례다.

김용하 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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