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 국정원장 왜 미국갔나] 조기 답방 긴급 조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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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가 정보 최고책임자인 임동원(林東源)국정원장의 비공개 방미(訪美)는 부시 행정부 최고위급 외교안보 인사들과 전반적인 대북정책 공조논의와 함께 ‘긴급사안’을 조율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林원장의 방미가 미국의 외교안보 라인이 완벽하게 정해지지 않은 데다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의 방미(5∼10일)가 끝난 직후 이뤄졌기 때문이다.

남북 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이 긴급사안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조기 서울 답방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실상 대북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林원장은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국(CIA)국장 등에게 빠르면 다음주중에 이뤄질 金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金위원장 조기 답방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을 확정하기 전에 답방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데 남북이 의견일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북정책 결정권이 있는 미국의 외교안보 인사들을 만나 金위원장 답방 등 대북관련 극비 정보를 조율하는데는 林원장이 최적임자다.

특히 林원장은 미측과 ‘한반도 평화선언’(가칭) 등 2차 남북 정상회담에 상정될 주요 의제들을 조율하면서 핵·미사일 등 대북 관련 미측의 관심사안 받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한반도 화해·협력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북·미관계 진전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金대통령은 2차 남북 정상회담 때 부시 행정부의 관심사안을 金위원장에게 전달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林원장의 이번 방미는 CIA 등 미국의 정보 및 외교안보 부서의 대북 강경시각을 완화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林원장은 이를 위해 지난달 金위원장 방중(訪中) 이후 북한의 변화 의지를 구체적으로 전하면서 북·미 대화를 권유할 것으로 전해졌다.

테닛 CIA 국장은 최근 상원 정보특위 청문회에서 북한을 대량파괴무기(WMD) 확산의 주역이라고 지목하며 “북한의 전략상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에 대한 군사위협이 크게 감소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히는 등 북한의 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한 바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은 북·미관계 진전을 기대하고 있으나 부시 행정부 상당수 인사들은 북한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면서 “金위원장의 답방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미국의 강경시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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