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노 대통령과 사시 동기 전효숙 재판관만 "각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헌법재판소가 21일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현 정부의 최대 공약사업인 수도 이전의 근거인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노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뒤흔든 것이다.

헌재는 지난 5월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대통령이 선거법상 중립의무 조항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파면에 이를 만큼 중대한 직무상 위배로 볼 수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그 후 다섯 달 만에 열린 신행정수도특별법 헌법소원 사건 심판에서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압도적 다수인 8명의 위헌 의견으로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되던 수도 이전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헌재는 지난 8월에는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 조항에 대해 "형법상 내란죄 등과는 별도로 독자적 존재 의의가 있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려 보안법 존치론에 힘을 실어줬다. 노 대통령은 그로부터 열흘 뒤인 지난달 5일 한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 "보안법의 위헌 여부에 대해 해석이 갈릴 수 있지만 독재시대의 낡은 유물인 이 법을 폐기해 박물관에 보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해 사법부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중 유일하게 '각하'의견을 내 여당 쪽 입장에 선 재판관은 현 정부 출범 후 임명된 전효숙 재판관이다.

노 대통령과 사시 17회 동기인 전 재판관은 판사 재직시절인 1999년 여성으로선 두 번째로 고법부장 판사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해 2월에는 최초로 여성 형사부장에 임명됐고, 같은 해 8월 첫 여성 헌재 재판관이 돼 화제가 됐었다.

전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수도 이전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지 않았다 해도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전 재판관과 함께 현 정부 출범 후 재판관에 임명된 이상경 재판관은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전진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