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원지동 추모공원 12년 만에 첫 삽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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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추모공원 기공식이 25일 서초구 원지동에서 열렸다. 서울시가 포화 상태인 서울시립승화원(벽제화장장)의 숨통을 틔워주는 제2화장시설을 건립하겠다고 밝힌 지 12년 만이다.

17만1335㎡의 추모공원에는 2012년 4월까지 화장로 11기를 갖춘 화장장과 가족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을지로6가에 있는 1000병상의 국립의료원이 2014년 말까지 추모공원으로 이전한다.

서울시는 주민들의 정서를 감안해 화장장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화장장(조감도)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지만 지하 20m까지 땅을 파고 공사를 해 외부에서 보면 지하에 들어간 형태가 되도록 했다. 옆과 뒤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데다 정면(경부고속도로 진입로)에는 국립의료원이 자리 잡게 된다.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꽃 한 송이의 모양으로 설계돼 ‘추모의 길에 한 송이 꽃을 올린다’는 뜻도 담았다.

신면호 서울시 복지국장은 “환경을 오염하지 않는, 무연·무취·무해 시설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이옥신·매연이 배출되지 않고 완전 연소되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소각로에서 나오는 폐열·지열은 화장장 시설의 냉난방 에너지로 쓸 예정이다.

서울시는 추모공원이 완공되면 늘어나는 화장 수요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97년 30%에 불과하던 서울의 화장률은 2008년 72%를 넘어섰다. 현재 벽제화장장에 23기의 화장로가 있지만 화장장 이용시간이 오전에 몰리는 데다 상조회사 등에서 화장로를 선점해 제때 화장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유족들은 4일장이나 5일장을 치르기도 하고 다른 지방으로 가 화장하는 경우도 많다.

원지동 주민들은 서울시가 부지를 선정한 뒤 2001년 12월,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화장장 건립을 반대했다. 10명의 주민이 추모공원 설립과 관련된 도시계획시설 결정 취소 청구소송을, 또 다른 주민 64명은 건립 예정지 일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결정 취소 소송을 냈다. 화장장이라는 혐오시설이 들어서면 재산적·정서적 피해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시는 ‘화장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화장장을 건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2003년 10월, 서울시는 주민 요구사항 중 일부를 받아들여 수용안을 발표했다. 당초 예정한 20기의 화장로를 11기로 줄이고, 이전 부지를 찾고 있던 국립의료원을 옮기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소송은 계속됐고 2007년 4월 대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소송은 막을 내렸다. 소송이 제기된 후 5년여가 걸렸다. 법적인 절차가 끝난 뒤 착공까지 2년이 더 걸렸다.

서울시와 주민들의 대화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대체 주거지를 마련해 줄 것과 복지·문화시설 건립을 위한 마을 발전 사업비, ‘전용주거1종’인 지역용도를 용적률·건폐율 등이 완화된 ‘일반주거1종’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김명용 노인복지과장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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