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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영희 칼럼

아프간 파병의 부가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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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김영희
김영희 기자 중앙일보 고문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 왕 알렉산더의 페르시아·인도 원정군이 누런 황토바람을 일으키고 지나갔다. 13세기에는 칭기즈칸의 말발굽에 평화롭던 고장에 피바람이 불었다. 중국·파키스탄·이란·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과 5500㎞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중·서아시아의 잡다한 민족들이 어울려 산다. 그래서 복잡하지만 다양하고 역동적이다. 한국이 7월께 350명을 파병할 아프가니스탄은 이런 배경을 가진 나라다.

아프가니스탄 파병동의안은 어제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마지막 절차를 마쳤다. 우리는 왜 한국과 직접 이해관계가 없다고 생각되는 서아시아의 오지에 젊은 군인들을 보내야 하는가. 마침 올해로 60돌을 맞는 6·25전쟁을 돌아보면 거기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있다. 대한민국의 사활이 낙동강 전선 방어에 걸린 벼랑 끝의 위기 때, 이승만 정부가 일본 야마구치현에 망명정부를 세우는 문제를 미국과 상의하고 있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우리를 구한 것은 유엔의 깃발 아래 한국전선으로 쇄도한 참전 16개국의 병력이었다.

참전 16개국은 3년의 전쟁기간 중에 연인원 93만 명의 병력을 보내 북한에 의한 한반도의 적화통일을 막아냈다. 그들 16개국 국민들에게 1950년의 한국은 지금 아프가니스탄이 우리에게 낯선 것 이상으로 낯선 나라였을 것이다. 한국은 일제에서 해방된 지 5년, 건국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걸음마 단계의 신생 국가였다.

우리가 왜 밤과 낮 없이, 전후좌우에서 탈레반의 테러 위협을 받는 머나먼 나라에 젊은 군인들을 보내야 하느냐며 파병에 회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미국이 300억 달러(2008년 불변가로 3200억 달러)의 전비를 쓰고 48만 명의 파병에 5만4000명의 전사자를 낸 통계를 제시해 보자. “그거야 한국전쟁이 사실상 미국의 전쟁이었기 때문”이라는 대꾸가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터키는 왜 머나먼 한국에 1만5000명을 보내 741명의 전사자를 냈을까. 뉴질랜드는 왜 3800명 파병에 23명의 전사자를 내고 네덜란드는 왜 3500명을 파병해 120명의 전사자를 냈단 말인가. 영국은 5만6000명 파병에 1078명 전사, 캐나다는 2만6000명 파병에 전사 312명, 필리핀은 7400명 파병에 100명이 넘는 전사자를 냈다. 참전 16개국은 자유와 평화 수호라는 대의에 공감해 예상되는 희생을 각오하고 한국전선에 대규모 병력을 보냈다.

우리는 6·25전쟁 60돌에 아프가니스탄 파병으로 60년 전 가난하고 허약한 한국이 국제사회에 진 생명의 빚을 갚을 수 있게 되었다. 그때 67달러였던 우리의 개인소득은 2만 달러가 넘고 13억 달러였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1조 달러가 될 전망이다. 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상의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개인뿐 아니라 국가에도 해당된다. G20 정상회의까지 주최하는 중진국이 된 한국은 전란에 신음하는 아프가니스탄의 경제·사회 재건과 그 나라 국민들의 생활개선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데 인색할 수 없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파병이 첫째 6·25 때 국제사회에 진 빚을 갚고, 둘째 중진국으로서의 도덕상의 의무를 다하는 데 그친다면 그건 기회손실이 된다. 아프가니스탄 파병에서 우리는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파병되는 군인들은 10대1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쟁을 거쳐 선발되는 우수한 한국의 젊은이들이다. 그들과 150명의 민간인 지방재건팀(PRT) 요원들이 장래 아프가니스탄과 서아시아 지역 전문가가 되고, 그 지역에 진출할 기업의 엘리트 사원이 될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들 중에서 10명, 50명의 지역 전문가와 기업의 일꾼만 나와도 파병의 값진 부가가치가 될 것이다.

그들에게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국제정치와 경제, 주요 국가들의 이해의 충돌, 서아시아의 문명·문화에 관한 선이해(先理解)를 심어주는 사전교육이 필요하다. 그들이 아프가니스탄 복무를 계기로 새로운 세계, 우리와 다른 세계에 눈을 뜨고, 아프가니스탄 생활이 그들의 모험심과 개척정신을 자극하고, 아프가니스탄과 서아시아가 한국과 그들 자신의 미래 설계의 한 축이 된다면 일석다조의 부가가치가 될 것이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