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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테러리스트 해적'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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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본과 동남아 국가들이 동남아 해역에서 '테러리스트 해적'방지에 부심하고 있다. 해적들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데다 반정부.테러 집단이 자금 확보를 위해 해적과 손을 잡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일본과 동남아 국가들은 해상 경찰을 서둘러 신설하는 한편 정보교환 등 공동대책에 나섰다고 일본 시사주간지 세카이슈호(世界週報)가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 실상=국제해사국에 따르면 전세계 해적 사건은 1998년 202건에서 지난해는 445건으로 늘었다. 지역적으로는 지난해 전체의 42%인 185건이 동남아에서 발생했다. 주요 범죄 지역은 인도네시아 연안, 말라카 해협, 필리핀 민다나오섬 주변 등이다. 야마다 요시히코(山田吉彦)일본재단 해양그룹장은 "범죄 증가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인질을 붙잡고 몸값을 요구하는 테러리스트 해적 활동이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 해군은 말라카 해협에서 어선을 탈취한 해적 10여명을 교전 끝에 체포했다. 해적 가운데는 인도네시아 반정부 조직 자유아체운동(GAM) 멤버도 있었다. 동남아의 이슬람 반정부조직 제마 이슬라미야(JI)나 아브 사마흐 그룹(ASG)등도 해상 테러를 하고 있다. 야마다는 "테러리스트 해적은 일반 해적보다 규모가 커 10여명이 활동하고, 자동소총 등 총기로 무장하고 있고, 갈수록 흉악해져 지난해는 92명이 사망 또는 행방불명되고 88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에는 인도네시아 아체연안에서 소형 탱커를 습격, 선원 13명을 붙잡았던 해적들이 선주에게 600만엔(약 6000만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선원 4명을 살해하고 9명을 바다에 버렸다.

◆ 공동대책=필리핀이 해적을 전담하는 '코스트 가드'를 독립기관으로 운영하고 있고, 말레이시아 국회는 올해 해군.해상경찰 등의 우수인재 800명을 뽑아 '코스트 가드'전담 기구인 해사집행청(MMEA)의 설립법을 채택했다.유도요노 인도네시아 신임 대통령도 '코스트 가드'설립을 검토 중이다.

일본 해상보안청도 동남아 국가에 대형 순시선을 파견, 공동 순찰에 나서거나 정보제공.훈련 지원 등 적극 협력하고 있다.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 일본 유조선이 해적에 습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 6월에는 아시아 16개국 해상보안 총책임자들이 도쿄(東京)에서 해적 대책 방안을 논의했다. 7월에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말라카 해협 연안 3개국이 함정 17척을 동원, 공동훈련을 했다.

그러나 '테러리스트 해적'은 국제 범죄조직과 연계돼 있고,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막기는 쉽지 않다.선박 습격.선박 개조.선박 판매.약탈품 매각 등 역할별로 그룹이 나눠져 있고, 사령탑이 각 그룹에 지시를 하고 있다. 그룹 간에는 교류가 없어 각국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특정국가의 해군.세관원 등을 가장해 배에 접근한 후 습격하는 사건도 늘고 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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