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용지로 전환 믿고 투자했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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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전시 유성구 관평동에서 헬리콥터 시뮬레이터를 만드는 ㈜한얼시스템.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대덕테크노밸리측으로부터 공장부지 3630㎡를 분양받았다. 분양가는 3.3㎡당 98만원이다. 대덕테크노밸리는 대전시와 산업은행·한화 등 3곳이 500억원을 출자해 만들었다. 이 회사는 2001년부터 유성구 관평·탑립동 일대 425만㎡에 산업단지를 만들었다.

한얼시스템이 분양받은 용지는 대덕테크노밸리 측이 조성한 산업단지내 폐기물처리장 부지(2만9654㎡)의 일부이다. 폐기물 처리장 부지는 당초 예상대로라면 지난해말까지는 공장용지로 전환될 상황이었다.

이 회사는 분양받은 부지가 공장용지로 전환될 것으로 믿고 이달말까지 새 공장을 지을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대덕테크노밸리 용지 전환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지식경제부는 지금까지 뚜렷한 이유없이 용지전환을 허용해주지 않고 있다.

용지전환이 안되자 이 회사는 지난달 대덕구 비래동에 새로운 공장 건물을 임차했다. 현재 공장(330㎡)건물이 좁아 조업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이 회사 이윤해(46) 상무는 “용지 전환이 안되는 바람에 공장 임차비용만 한 달에 1000여만원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법규(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법)에는 산업단지에서 폐기물이 연간 2만t이상 발생할 경우 폐기물 처리장을 설치토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폐기물발생량 산정 시 재활용 폐기물과 생활폐기물을 제외한 것이다.

대덕테크노밸리의 경우 재활용과 생활폐기물을 제외하면 연간 1만3617t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대덕테크노밸리 기일(44) 차장은 “법률개정으로 폐기물 처리시설이 없어도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이미 만들어 놓은 폐기물 처리장 부지 활용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대덕테크노밸리측은 산업용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도움을 주기위해 폐기물처리장 부지를 첨단산업용 산업시설용지로 활용키로 결정했다. 대덕테크노밸리측은 지난해 6월부터 폐기물처리장 부지를 분양했다. 그 결과 8개 기업과 계약을 마쳤다.

대덕테크노밸리와 대전시는 지난해 8월부터 지식경제부에 산업용지로 전환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말 신청을 반려했다. 지식경제부 R&D연구개발특구 기획단 박형건 서기관은 “대덕테크노밸리가 최근에 조성됐기 때문에 앞으로 폐기물처리장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며 “현재로서는 개발계획을 변경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정부의 신청 반려 이유가 납득이 안된다”며 “정부가 기업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부의 산업용지 전환 불허조치로 대덕테크노밸리와 계약한 8개 기업은 “손해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장비를 만드는 중앙진공 박종호(49)대표는 “용지 확보를 위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하는 바람에 한달 이자만 400여만원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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