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학습효과 … 미 언론 지적에 바로 “리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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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현대자동차의 이번 신형 YF쏘나타 리콜은 늑장 대응했다가 걷잡을 수 없이 파문이 커진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도어 잠금장치 결함은 지난해 말부터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해 온 것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나 도요타 파문 이후 발 빠르게 대응하는 쪽으로 선회한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6일까지 생산한 약 4만6000대가 문제 차량”이라며 “그 이후에 생산된 차량은 개선된 잠금장치를 달아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YF쏘나타를 계약하고, 차량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고객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차량 인도가 지연될 가능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YF쏘나타 도어 잠금장치 결함 차 안에서 앞문 내부 손잡이(인사이드 도어핸들)를 잡아당길 때 바로 위쪽의 잠금장치(도어록)가 함께 움직이며 문에 이상이 발생하는 현상. 이 경우 앞문을 여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다시 닫을 때 제대로 안 닫히거나 주행 중 문이 열릴 수 있다.

현대차는 기존 NF쏘나타와 달리 YF쏘나타의 내부 손잡이(인사이드 도어 핸들)를 새롭게 달았다. 실내에서 스위치로 도어를 열고 닫게 한 것이다. 문제는 도어 잠금장치(도어락)의 오작동이다. 도어잠금 상태로 했는데도 내부 전자장치에서 일어나는 ‘간섭 현상’으로 문이 닫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운전자가 문이 잠긴 줄 알고 주행하다 코너 구간에서 급회전을 할 경우 문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안전과 관련되지 않은 기술적 문제라면 무상 서비스로 해결해도 되지만 주행 중 문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국내외 관련 법규상 리콜 대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통상 문이 열리면 운전석 계기판에 경고등과 함께 벨이 울리지만 도어 잠금장치에 이상이 생기면 이런 경고등이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안전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리콜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미국 출장 중에 YF쏘나타의 도어 잠금장치 결함을 보고받았다. 23일(현지시간) 정석수 현대모비스 부회장 등 임원진 30여 명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국 자동차 전문지(오토모티브뉴스)의 YF쏘나타 도어 잠금장치 불량 보도를 접했다.

인근 파운틴 밸리에 있는 현대차미국법인(HMA)으로 향한 정 회장은 상세한 보고를 받고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현대차가 이런 문제에 대해 사전에 대응하지 않고 미국 언론에 먼저 보도됐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품질 문제에 관한 한 절대 적당히 하지 않는 회장이 보고를 받고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느냐’며 크게 역정을 냈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은 도요타에 이어 외국 업체의 품질을 샅샅이 파헤칠 기세다. 특히 미국 빅3(GM·포드·크라이슬러)의 고전은 일본·한국 등 아시아 자동차업체의 약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매년 광고판촉비를 30% 이상씩 늘려왔다.

미국 현지에서는 도요타 리콜 사태가 현대·기아차 품질 문제로 번질 경우 상당한 충격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 평론가인 심정택씨는 “현대·기아차가 국내 소비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 미국 내 품질불량 문제를 사전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김태진 기자, 서울=염태정 기자

◆YF쏘나타=현대차가 지난해 9월 내놓은 중형 세단이다. 제5세대 쏘나타로 꼽히는 이 차는 2005년 이후 총 4500억원의 개발 비용이 투입됐다. 스포츠카 형태의 디자인과 중형차로는 양호한 2등급 연비 등으로 인기가 높다. 출시 후 1월 말까지 7만5200대가 팔렸다. 출시 초기에는 구매계약 후 인도까지 두세 달이 걸렸으나 지금은 한 달 정도로 단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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