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피겨스케이팅, 한일간 정치 문화적 요소 있다"

중앙일보

입력

‘피겨스케이팅에 정치ㆍ문화적 요소가 담겨있다.’

뉴욕타임즈와 인터네셔널 헤럴드 트리뷴등은 23일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에 한국과 일본 간의 정치ㆍ문화적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들 신문은 지금까지 한국은 피켜스케이팅에서 단 한 번도 메달을 따본 적이 없지만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획득이 유력한 김연아(20)는 한국인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썼다. '35년간 한국을 지배했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20)와 안도 미키(23)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썼다.

뉴욕타임즈는 김연아에 대해 상세한 해설을 올리고 있는 블로거 송두현(송담대 컴퓨터과학과 교수)씨를 인용해 “김연아가 일본 선수를 이기면 한국인은 다른 국가들이 한국 문화가 일본 문화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부속 한국 재단 박애경 이사장의 “김연아는 한국의 영웅이기 때문에 그의 승패는 한국민에게 ‘한국의 승패’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금메달을 획득하면 한국의 자긍심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또 (일본과의 관계에선) 치욕의 역사를 보상받을 것”이라는 멘트도 실었다.

뉴욕타임즈는 그러나 스포츠부문에 있어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적대감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이 일본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던 때, 2009년 월드챔피언에서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를 제치고 우승한 때를 그 시점으로 꼽았다.

동아대 정해준(스포츠과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스포츠에서 일본에 대한 적대감이 많이 줄었다. 축구의 경우 일본을 여러 번 이겼다. 한국에선 아사다 마오를 좋아하는 팬도 많아”고 말했다. 미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수행했던 통역원 이연향씨는 “김연아가 잘 하기 바라지만 아사다 마오가 못 하길 바라지 않는다”며 “단 한국은 모든 면에서 일본을 이겨야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해준 교수는 “모든 국민이 한 선수에게 집중해 있는데 김연아가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면 나라가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되는 분위기는 정상적인 스포츠맨십이라고 볼 수 없다”고 신문을 통해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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