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몸매 변화에 맞게 기성복 치수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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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막상 옷 가게에 가면 몸에 꼭 맞는 옷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국인의 체형이 지난 1979년에 비해 연령별로 키는 평균 2~4cm 커지고 허리둘레는 약 10cm 굵어졌지만 의류회사들은 여전히 과거 체형의 치수에 맞춰 옷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이 1700여명의 소비자를 조사한 결과 옷을 구입한 후 고쳐 입는 비율이 3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정장 상의처럼 값 비싼 옷일수록 고쳐입는 비율이 높았다.

기술표준원은 20일 달라진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옷을 의류업체들이 만들 수 있도록 인체치수 조사를 바탕으로 한 새 치수체계를 발표했다.

의류업체들은 새 치수 체계에 따라 옷을 만들면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체형에 맞는 옷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기술표준원은 남성복과 여성복 두 종류로만 구분했던 치수규격을 ▶남성복의 경우 성인 남성복, 남자 청소년복, 남자 아동복 ▶여성복은 성인 여성복, 여자 청소년복, 여자 아동복, 노년여성을 위한 여성복 등 13종으로 세분화했다. 여성내의는 브래지어, 거들 등 종류별로 별도의 치수규격을 마련했다.

특히 체형개념을 도입해 남성의 경우 배가 나온 BB형(전체 남성의 13.2%), 허리가 굵은 B형(20.0%), 보통 A형(31.9%), 역삼각 Y형(34.9%) 등으로 나누었다. 여성은 보통 N형(전체여성의 44.8%), 엉덩이가 큰 A형(31.0%), 엉덩이가 작은 H형(24.2%) 등으로 구분했다.

그러나 실제 판매되는 옷에는 체형별 알파벳을 표시하지는 않는다. 정장 상의에는 '가슴둘레-엉덩이 또는 허리 둘레-키', 하의에는 '허리둘레-엉덩이둘레'가 숫자(cm)로 표기될 뿐이다. 남성 상의 '97-88-170'은 B체형이지만 소비자는 이 숫자만으로는 무슨 체형인지 알 수 없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의류업체들이 무슨 체형인지 알려주는 옷은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해서 신체치수만 표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치수체계는 내년 1월 출시되는 제품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표준치수체계는 아직은 임의규정이어서 의류업체들이 반드시 지켜야할 의무는 없다. 다만 새로운 표준치수가 자리잡으면 업체들의 이용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표준원은 치수를 표준화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내년중 관련 규정을 고쳐 표준치수 적용을 의무할 방침이다.

허귀식 기자

*** 바로잡습니다

10월 21일자 2면 '한국인 몸매 변화에 맞게 기성복 치수 바꾼다 '라는 제목의 기사에 있는 그림 중 정장 상의 치수를 남녀 구분없이'가슴-허리-키'라고 표시했습니다. 그러나 남성 정장 상의 치수는 '가슴-허리-키'기준이지만 여성 정장의 경우는 '가슴-엉덩이-키'이기에 바로잡습니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여성의 체형은 엉덩이가 크기 때문에 여성 상의는 허리 둘레보다 엉덩이 둘레를 중시해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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