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첫 직선 대통령 유도요노 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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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군 장성 출신인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55)가 20일 인도네시아의 제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식에서 "이른 시일 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부패척결을 위해 싸울 것이며 테러리스트에게 단호한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 앞에 놓인 인도네시아의 참담한 현실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는 지난달 20일 결선투표에서 60%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아시아 금융위기와 정국혼란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1998년 이후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분리 독립운동이 일고 있는 아체.파푸아 지역을 포함해 11개 지역의 대표들과 화상회의를 했다. 새 대통령으로서 민의를 수렴하기 위해서였다. 그 자리에서 가장 많이 쏟아진 주문은 일자리 창출과 치안 확보로 요약됐다. 인구 2억2000만명 중 4000만명이 실업상태이고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도 안 되기 때문이다.

유도요노는 앞으로 경제성장률을 연 7~8%로 끌어올려 실업률을 5%대(현재 10.1%)로 낮추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인당 소득을 향후 5년간 968달러에서 1731달러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이다. 이를 위해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과 교육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연 60억달러에 이르는 연료 보조금을 줄이고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막아 돈을 조달한다는 방안이다.

유도요노는 또 농업 개혁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대선 유세기간 중에 자신의 농업경제학 박사학위 논문을 심사받을 만큼 농촌부흥에 열정을 갖고 있다. 논문 주제는 '농업을 통한 고용증가'였다. 그러나 경제난 해결의 열쇠는 외자유치에 달려 있다. 유도요노는 새 내각에 정치인보다 전문가들을 대거 기용하고 경제팀은 국제 금융계의 신뢰를 받을 인물에게 맡긴다는 원칙을 세웠다.

분리 독립운동 세력과 반(反)테러 전쟁에 대해선 강경자세를 취할 전망이다. 미.유럽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환경을 만들면서 국내 치안을 바로잡는 차원에서다. 과거 다국적 기업들은 인도네시아에 투자했던 자금을 중국.베트남으로 돌리고 있었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이 이슬람 테러 세력과 노조 세력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에다 돈 많은 화교(華僑)세력의 이민 붐과 자금도피 현상까지 겹쳤다.

문제는 야당과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다. 유도요노가 이끄는 민주당은 의회(전체 550석)에서 겨우 55석을 갖고 있을 뿐이다. 이에 비해 메가와티 전 대통령의 민주투쟁당과 수하르토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골카르당이 308석이나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유도요노가 추진하는 부패척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패와 관련된 법안과 각료 인선을 놓고 의회가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메가와티 전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구설수에 올랐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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