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컬렉션]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2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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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1940년대 미국에서는 시벨리우스 열풍이 불었다. 지휘자 쿠세비츠키.오먼디.로진스키.스토코프스키 등이 앞다투어 연주했다.

2차대전에서 핀란드가 소련군에 용감히 맞서 싸워 이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핀란드의 음악영웅' 시벨리우스의 인기는 더욱 치솟았다.

57년 시벨리우스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음악은 한동안 잊혀졌다가 70년대부터 다시 교향악단의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일곱 편 중 가장 널리 연주되고 있는 작품은 제2번 D장조다.

성악이나 특수악기를 보태지 않은 전형적인 낭만주의 교향곡 편성으로 변화무쌍한 악상을 담아내는 '경제성' 때문이다.

급류처럼 휘몰아치는 선율과 작열하는 관악기의 합창이 지칠줄 모르는 풍부한 악상을 펼쳐낸다.

강렬한 민족적 색채에다 관현악의 눈부신 연주효과는 물론이고 음악적 깊이까지 보태 한 순간도 듣는 이를 지루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1902년 헬싱키에서 작곡자의 지휘로 초연된 이 곡을 핀란드인들은 교향시 '핀란디아' 와 함께 핀란드 음악의 '성서' 로 꼽는다.

열강의 침입에 시달려온 북구인들의 애환을 담은 선율이 끝없이 펼쳐지는 설원(雪原)의 풍경과 오버랩되면서 비장한 어조로 흐른다.

토스카니니 후임으로 뉴욕필 음악감독을 지낸 존 바비롤리가 녹음한 음반은 4종에 이른다.

그중 로열필하모닉과의 녹음(체스키)이 가장 유명하지만 시중에서 구하기 어렵다.

빠르기와 강약의 유연한 완급 조절과 오케스트라를 완전히 장악해 가능성을 최대한 실현해내는 바비롤리의 자신감 넘치고 명쾌한 해석의 진가는 맨체스터 할레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 음반 시리즈에 포함된 66년 녹음(EMI)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특히 4악장의 웅대한 클라이맥스 설정은 소름 끼치는 전율감을 자아낸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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